한국이 건설한 인도네시아 친환경 수력발전소… 5만6000가구 전력 공급 책임

입력 2025-07-09 00:13
지난 1일 찾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땅가무스군에 위치한 땅가무스 수력발전소 댐 전경. 이곳에선 에어컨 5만6000대를 동시에 1시간 가동할 수 있는 수준(설비용량 55.4㎿)의 전력이 생산된다.

지난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에서 수마트라섬 람풍공항까지 1시간을 비행한 뒤 차로 150㎞를 달려 도착한 땅가무스 수력발전소. 발전소 인근에선 현지 인부 세 명이 저수지 안 토사물 제거 작업에 한창이었다. 인부 밤방(31)씨는 “물을 깨끗이 흘려보내야 설비 고장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흙덩이를 퍼내고 있다”고 말했다.

땅가무스 수력발전소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남단 땅가무스군 스망까강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한국중부발전(중부발전)이 왐푸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두 번째로 건설한 친환경 수력발전소다. 2011년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2015년 착공해 약 2년 6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2018년부터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날 해발고도 200m에 있는 저수지로부터 도수로(물길)를 따라 비포장도로 10㎞를 20분가량 차로 내려가니 가로 22m, 세로 55m, 깊이 10.6m의 대형 수조가 나타났다. 이 수조에 모인 물은 직경 4.2m, 길이 880m의 수압철관을 통해 흘러 110m 아래로 낙하하면서 터빈을 돌리고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한국의 소양강댐이나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발전처럼 자연 낙차를 활용하는 방식이 아닌 ‘유역변경식’이다. 본래 흐르던 강의 물길을 틀어 수조로 끌어들인 뒤 이 물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만드는 구조다. 스망까강의 본류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박병석 땅가무스 수력법인 발전소장은 “쓰고 남은 물은 다시 스망까강 본류로 흘려보내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수마트라섬 남부 반다르람풍주 일대 전력을 책임진다. 연간 2만8000㎾ 규모로 에어컨 5만6000대를 동시에 1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남한 면적에 맞먹는 수마트라섬 남단 전체를 잇는 광역 송전망에도 연결돼 있어 지역 전력 공급의 핵심축 역할을 한다. 김윤기 땅가무스 수력법인장은 “위치상 람풍 지역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는 데 주로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땅가무스 수력발전소의 연간 매출은 평균 300억원에 이른다. 중부발전은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전력청과 1㎾h당 9센트로 30년간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우기·건기 등 계절 변화나 전력 수급 상황에 무관하게 2045년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201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투자금 회수율이 71%에 달한다. 현 추세대로라면 2년 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부발전은 인도네시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전력수급계획(RUPTL)에서 2034년까지 추가 설비용량의 절반 넘게 수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호태 한국중부발전 인도네시아법인장은 “수력처럼 경쟁력 있는 자원은 선별적으로 개발하고 신재생에너지는 가능성을 중심으로 타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땅가무스·자카르타=글·사진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땅가무스·자카르타=글·사진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