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 이틀째인 8일 오전 10시, 손선풍기와 음료를 손에 든 수백명의 인파가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앞에 길게 늘어섰다. 일본 대표 종합잡화점 돈키호테와 편의점 GS25가 함께 연 팝업스토어 ‘오픈런’ 행렬이다. 이날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팝업은 돈키호테의 한국 첫 진출 무대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대기 줄은 두 시간 만에 200명을 넘겼고, 개점 30분 만인 오전 11시에는 1200명에 도달하며 입장이 조기 마감됐다.
돈키호테의 서울 상륙으로 일본의 ‘한국 진출전’이 본격화했다. 쓰리피(THREEPPY)·로프트(LOFT) 등 일본 오프라인 잡화 브랜드들이 최근 국내서 상표권을 출원한 데 이어, 돈키호테까지 서울 중심부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국내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쌓고 있다.
이번 팝업스토어는 돈키호테 특유의 ‘과밀 진열’ 방식에 한국의 밤거리 감성을 입힌 ‘로컬라이즈드 돈키호테’ 콘셉트로 구성됐다. 약 55㎡(16.5평) 규모의 매장에 들어서자 돈키호테 자체브랜드(PB) ‘조네츠’(JONETZ) 제품 50여종과 GS25의 PB 상품 ‘유어스’ 10여종, 두 회사가 협업한 한정판 굿즈가 빈틈없이 진열돼 있었다. 돈키호테 본사 직원 10여명도 직접 방한해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고 전단지를 나눠주는 등 현장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탰다. GS25 관계자는 “매장 구성과 동선 설계까지 일본 본사와 긴밀히 협의해 ‘일본 현지 감성’을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대표 상품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돈키호테 필수 쇼핑템’으로 꼽히는 계란덮밥 양념장, 감자칩, 유자후추, 후리카케(조미 밥가루) 등이다. 돈키호테 공식 캐릭터 ‘돈펭’을 활용한 인형, 파우치, 숄더백 등 20여종의 굿즈도 눈길을 끌었다. 전날 대전에서 올라온 박모(24)씨는 “미리 오지 않았다면 빈손으로 갈 뻔했다. 사람이 많아 오래 머무르진 못했지만, 과자랑 간장 등 사고 싶던 건 다 샀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는 이같은 글로벌 협업을 통해 정체된 성장세에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 5월 편의점은 이커머스,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모든 유통채널 가운데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점포 수 역시 감소세다. 같은 달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전체 점포 수는 4만8313개로, 지난해 말보다 400여개 줄었다. GS25의 이번 팝업스토어도 이러한 위기 극복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5월 일본 돈키호테 매장 400여곳에 GS25 전용 매대를 설치하고, 넷플릭스 협업 상품을 수출한 데 이은 두 번째 협업 프로젝트다. 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경쟁사들도 PB 상품 수출과 해외 점포 확장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팝업은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의 사촌 동생이자 MD본부장을 맡고 있는 허치홍 전무가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허 본부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유통 브랜드와 손잡아 수출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차별화된 PB 상품 개발로 ‘글로벌 K편의점’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