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공지능(AI) 전환기를 맞아 급성장 중인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수주를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늘리고, 2년 내 초대형 냉방기 칠러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8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로드맵을 밝혔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액체냉각 솔루션을 올 하반기부터 상용화하고 내년부터 본격 공급하겠다”며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칩을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솔루션’과 칠러를 이용해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를 낮추는 ‘공기냉각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AI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액체냉각 솔루션인 냉각수 분배 장치(CDU)를 최초로 공개했다. 통상 칩은 90~11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는데 여기에 상대적으로 차가운 약 45도의 물을 흘려보내 칩을 냉각하는 방식이다. 공기냉각 방식에 비해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칠러 부문에서도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등 기업간거래(B2B)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해나갈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지금까지 칠러가 상업용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산업·발전용으로 대형화하며 이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며 “칠러 시장에서 2년 내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칠러는 물을 차갑게 만드는 장치다. 여기서 만들어진 차가운 물이 건물 내부를 순환하며 열 교환기를 통해 건물에 시원한 공기를 공급한다.
LG전자는 자사 HVAC 기술력이 집약된 LG사이언스파크 냉난방 설비도 공개했다. 메인 기계실에서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터보 칠러, 스크류 칠러, 흡수식 칠러 등 3종의 칠러 8대가 열기를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중국 HVAC 기업들의 추격에 대해서는 ‘현지 완결형·맞춤형’ 사업 체제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HVAC은 지역 맞춤형 장치를 제공해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한 구조다. 이에 따라 제품 생산뿐 아니라 설치 및 10~20년 단위의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완결된 패키지를 제공할 경우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또 CDU와 관련해 “현재 엔비디아와 공급 인증 절차를 협의 중”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