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던진 관세 폭탄은 동맹에도 예외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7일(현지시간) 무역 상대국 14개국에 25~40%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적시한 서한을 보냈다. 그는 이들 나라 중에서도 특히 한국과 일본에 25% 관세 부과를 통보한 서한을 SNS에 공개하는 등 사실상 두 동맹국을 핵심 타깃으로 삼았다. 무역전쟁에 있어선 동맹이든 혈맹이든 배려하지 않겠다는 냉혹한 국제질서를 다시금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유예시한을 기존의 7월 9일에서 8월 1일로 연장했다는 점이다. 그는 또 서한에서 “이들 관세는 우리 관계에 따라서 위로든 아래로든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빨리 좋은 조건을 들고 협상하러 오라는 주문이다. 우리로선 3주의 시간을 번 만큼 이 기간에 관세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다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한국이긴 해도 그렇다고 마냥 미국에 끌려다니며 지나치게 불리한 협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다변화 등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
대통령실도 8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바짝 나섰다. 정부의 역할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 측이나 미 보수 진영 인사들과 가까운 민간 네트워크도 총동원해 우리의 입장을 다각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내기로 한 대미특사단도 가급적 빨리 파견해 백악관과 미국 조야를 상대로 한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상호 관세뿐만 아니라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등을 겨냥한 품목별 관세도 최소화해야 하기에 다른 나라들보다 몇 배 더 치열한 외교전이 요구된다.
더 좋게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이달 중 성사시켜 큰 틀에서 ‘톱 다운’ 협상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미국이 관세전쟁에 나선 것도 결국은 중국을 의식해 미국의 제조업 부활과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장악 등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런 부문에서 한국이 최적의 협력 파트너임을 직접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단순한 관세 협상 차원을 넘어 제조업과 에너지 협력, 더 나아가 안보 동맹까지 더욱 강화하는 패키지 딜을 이끌어내면 좋을 것이다. 회담이 조기에 성사돼 이 대통령의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