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1승만…” 2부 리그서 나온 간절한 기도

입력 2025-07-09 03:04
충북청주FC 최상현 감독대행이 지난 5일 충북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경기에서 종료 직전 그라운드에서 기도하고 있다. KBS 유튜브 캡처

무려 357일 만의 승리였다. 지난 5일 충북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9라운드. 서울이랜드FC에 1-0으로 뒤지던 충북청주FC는 후반에 두 골을 몰아치며 2대 1 역전 승리를 맛봤다.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충북청주FC의 최상현(41) 감독대행은 조용히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현재 프로축구 2부 리그 12위, 만년 하위팀의 올 시즌 첫 홈 승리를 향한 그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마침내 울린 종료 휘슬. 1년 만에 홈 팬 앞에서 거둔 승리에 최 감독대행은 그라운드에 엎드려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쏟았다. 그 모습은 스포츠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후 한 방송사는 최 감독대행의 간절한 기도 모습을 찬양곡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와 함께 편집해 올렸다. 이 찬양을 부른 예람워십은 인스타그램에 ‘CCM 최초 뉴스 데뷔’라는 문구를 올리며 놀라워했다.

최 감독대행은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늘 응원해준 팬들을 생각하면 홈에서의 첫 승이 너무 간절했다”며 “부진한 성적과 6월 감독님 퇴진 이후 팀을 맡으면서 1승에 대한 절박함으로 몸이 반응하고 기도로 나타난 것 같다. 그 순간엔 하늘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영상으로 여러 크리스천 지인들로부터 “교회 한번 함께 가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 교회에 나갔지만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한 적 없었다고 했다. 최 감독대행은 “제가 저 자신을 전도해버린 셈이 된 게 아닐까 싶다”며 “지인들이 교회 안 나가면 안 될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회에 나가게 될 것 같다”고 웃었다.

감독대행의 프로필 사진. 충북청주FC 제공

찬양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는 “그대 폭풍 속을 걷고 있을 때 비바람을 마주해야 할 때 불빛조차 보이지 않아도 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두려움 앞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다시 걸어갈 용기를 낸다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최 감독대행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편집 영상을 나중에 찾아봤는데 찬양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닿더라”고 했다.

이번 일을 통해 새삼 중보 기도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삶이 힘들 때면 가끔 혼자 교회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돌아보니 제 곁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신앙인이 참 많더라고요. 우리 팀 미드필더인 김선민 선수도 새벽기도에 나가 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줬어요.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최 감독대행의 임기는 12일 수원삼성블루윙즈와의 원정 경기까지다. 그가 보유한 아시아축구연맹 A급 자격증으론 60일 동안만 감독 대행이 가능하다. 이날 충북청주FC는 제3대 사령탑으로 김길식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최 감독대행은 “앞으로 우리 팀이 더 단단해지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감독대행으로의 마지막 경기인 수원전 때도 또 한 번 간절한 기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