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57일 만의 승리였다. 지난 5일 충북 청주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19라운드. 서울이랜드FC에 1-0으로 뒤지던 충북청주FC는 후반에 두 골을 몰아치며 2대 1 역전 승리를 맛봤다. 경기 종료 시간이 다가오자 충북청주FC의 최상현(41) 감독대행은 조용히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현재 프로축구 2부 리그 12위, 만년 하위팀의 올 시즌 첫 홈 승리를 향한 그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마침내 울린 종료 휘슬. 1년 만에 홈 팬 앞에서 거둔 승리에 최 감독대행은 그라운드에 엎드려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쏟았다. 그 모습은 스포츠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고, 이후 한 방송사는 최 감독대행의 간절한 기도 모습을 찬양곡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와 함께 편집해 올렸다. 이 찬양을 부른 예람워십은 인스타그램에 ‘CCM 최초 뉴스 데뷔’라는 문구를 올리며 놀라워했다.
최 감독대행은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늘 응원해준 팬들을 생각하면 홈에서의 첫 승이 너무 간절했다”며 “부진한 성적과 6월 감독님 퇴진 이후 팀을 맡으면서 1승에 대한 절박함으로 몸이 반응하고 기도로 나타난 것 같다. 그 순간엔 하늘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번 영상으로 여러 크리스천 지인들로부터 “교회 한번 함께 가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젊은 시절 교회에 나갔지만 제대로 된 신앙생활을 한 적 없었다고 했다. 최 감독대행은 “제가 저 자신을 전도해버린 셈이 된 게 아닐까 싶다”며 “지인들이 교회 안 나가면 안 될 분위기로 이끌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회에 나가게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찬양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는 “그대 폭풍 속을 걷고 있을 때 비바람을 마주해야 할 때 불빛조차 보이지 않아도 그대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두려움 앞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며 다시 걸어갈 용기를 낸다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겼다. 최 감독대행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편집 영상을 나중에 찾아봤는데 찬양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닿더라”고 했다.
이번 일을 통해 새삼 중보 기도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삶이 힘들 때면 가끔 혼자 교회를 찾아가곤 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돌아보니 제 곁에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신앙인이 참 많더라고요. 우리 팀 미드필더인 김선민 선수도 새벽기도에 나가 저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줬어요.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최 감독대행의 임기는 12일 수원삼성블루윙즈와의 원정 경기까지다. 그가 보유한 아시아축구연맹 A급 자격증으론 60일 동안만 감독 대행이 가능하다. 이날 충북청주FC는 제3대 사령탑으로 김길식 감독을 공식 선임했다. 최 감독대행은 “앞으로 우리 팀이 더 단단해지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감독대행으로의 마지막 경기인 수원전 때도 또 한 번 간절한 기도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