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모의고사에 돌입한 홍명보호가 첫 실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모처럼 A매치 풀타임을 소화한 국내파 이동경(김천)은 모든 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활약으로 대표팀 2선 경쟁에 불을 지폈다. 깜짝 가동된 스리백 전술도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홍콩을 상대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연승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지난 7일 중국과의 개막전 3대 0 승리로 전승 우승을 향한 첫발을 뗐다.
전반 8분 왼발 감아차기 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낸 이동경의 존재감이 컸다. 그는 패스와 코너킥으로 주민규(대전)와 김주성(서울)의 추가골에도 기여하며 모든 득점 장면의 출발점에 섰다.
지난해 K리그1 12골 6도움을 기록한 이동경은 올 시즌 6골 4도움으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소집됐으나 출전 시간이 많진 않았다. 이번 중국전을 제외하면 최근 3년간 3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그간 대표팀 2선은 손흥민(토트넘), 이재성(마인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유럽파가 장악해 왔다.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시티) 등 신예들에 이어 국내파 이동경까지 주전 경쟁에 가세한 모양새가 됐다. 이동경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주면서 끝까지 해볼 생각”이라며 생애 첫 월드컵 출전에 의지를 보였다.
2선 경쟁과 더불어 수비 변화도 감지됐다. 김주성과 박진섭(전북), 박승욱(포항) 등 세 명의 수비수가 후방에 섰다. 좌우 수비수가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 ‘변형 스리백’은 정통 풀백 자원이 부족한 대표팀의 오랜 고민을 덜어줄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수비 때는 윙백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이 후방까지 내려와 5백의 형태를 띠었다. 반대로 공격 상황에선 두 선수가 전진해 3-4-3 포메이션 형태로 변화를 줬다. 이들은 나란히 도움 1개씩을 기록했다.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 전술에 대해 “플랜A가 될 수도, 플랜B가 될 수도 있다. 계속 준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