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향숙 (9) 자립형 가정사역으로 패러다임 전환… 교회 내 전문가 키워

입력 2025-07-10 03:05
김향숙(앞줄 왼쪽 네 번째) 대표가 지난해 8월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에서 목회자를 위한 자립형 가정사역 콘퍼런스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 대표 제공

기러기 생활 8년간 남편은 아내 없이 홀로 하이패밀리를 운영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타고난 가정사역자다. 여성의 재능이 설거지 개수대로 흘러가는 걸 아까워하다 못해 안타까워한다. 2006년 귀국한 후 남편이 제안했다. “여보, 가정사역 평생교육원 좀 맡아줄래.” 1996년 가정사역전문가 양성을 위해 ‘가정사역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평생교육원은 현재는 ‘가정사역 최고위과정(MBA)’으로 발전해 있다.

남편을 통해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명이라 여겼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나를 하나님이 사용하시기로 작정하셨다. 하나님은 몽당연필로도 명화를 그려내는 분이 아니신가. 기쁨으로 순종했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정사역의 특성상 부부가 함께하는 것은 하이패밀리의 큰 자산이었다. 아버지학교 부부행복학교 해피엔딩스쿨 등 남편이 이미 탄탄하게 개발해둔 콘텐츠에 사춘기부모교실 영유아부모교실 아빠육아교실 등 귀국 후 내가 개발한 콘텐츠가 통합되면서 커리큘럼이 풍성해졌다. 내 속에 잠자고 있던 창의성을 실험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 당시 가정사역은 스타 중심이었다. 몇 안 되는 인기 강사들이 전국을 다니며 강의를 했다.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고통을 목격했다. 부부 갈등이나 사춘기 자녀 문제로 신음하는 부모들, 그리고 공황장애 우울증 ADHD로 고통받는 자녀들…. 그들은 지옥 같은 가정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절벽 아래 떨어진 후 구급차를 부르기 전에 절벽 위에 울타리를 쳐야 했다.

문득 의문이 생겼다. “교회는 뭐 하고 있는 걸까. 1년에 한두 번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의 듣고 난 뒤 강사가 떠나면 성도들의 가정은 누가 돌볼까.” 목회는 목양이고 가정사역은 목양사역이다. 목양을 계속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가정에서 부모가 집밥을 해먹이듯 교회가 가정사역을 직접 하면 된다. 바로 자립형 가정사역이다. 2015년 이를 처음 제시했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서 관심이 급증했다. 2017년에 설문조사와 함께 최초로 자립형 가정사역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외부 강사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전문가를 키워낸 교회들이 직접 사례를 보여주자 한국교회도 확신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100여개 교회가 의뢰형에서 자립형으로 전환했다.

열매는 놀라웠다. 가정 회복과 변화가 개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일어났다. 프로그램 개발자인 우리보다 교회 내 가정사역자들이 진행을 더 잘했다. 각 교회가 자체적인 가정사역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서 전문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정사역이 가능해졌다.

탁월한 강사 양성을 위해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인증 자격제도를 마련하고 협회를 통한 자격취득시스템을 구축해 자격증 시대를 열었다. 드디어 2021년 한홍 새로운교회 목사님 후원으로 MBA 과정이 사이버 교육으로 전환됐다. 시공간을 초월한 자립형 가정사역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세계 12개국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사과 속의 씨앗은 누구나 헤아려도 씨앗 속의 사과는 하나님만 아신다. 자립형 가정사역도 그러했다.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