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 듀오공연 손민수·임윤찬 “소중한 여정이자 축복”

입력 2025-07-09 01:03
사제지간 피아니스트 손민수(왼쪽)와 임윤찬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동료 연주자로 한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듀오 리사이틀’에서 두 사람에게 의미가 있고 진심으로 아끼는 곡들을 골라 들려줄 예정이다. 목프로덕션 제공

“윤찬이는 제자이기 이전에, 함께 음악을 사랑하고 나누는 동료로서 그 진심과 열정을 존경합니다.”

“손민수 선생님은 제 인생과 음악에 절대적이고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계 클래식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그의 스승 손민수가 듀오 리사이틀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상대방에 대한 깊은 애정과 존경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오는 12일 아트센터 인천,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함께 연주한다.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은 국내에 이어 오는 25일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무대에도 선다.

첫 듀오 연주에 대해 손민수는 “듀오 리사이틀에서 연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점은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상대의 소리를 어떻게 감싸고 여백을 어떻게 나누는지가 중요하다”며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한 피아니스트들에게 공감과 신뢰가 요구되는 ‘낯설지만 소중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임윤찬은 “이번에 어떤 연주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함께 노래하고 싶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선생님과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내게 축복”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두 사람은 요한네스 브람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교향적 무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장미의 기사 모음곡’을 들려준다. 손민수는 “음악가로서 소중히 여기는 특권 중 하나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이번 공연 프로그램 선정에 특별한 기준이 있었다기보다는 나와 윤찬이에게 진심으로 소중히 여겨지는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레퍼토리 가운데 슈트라우스의 곡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19세 작곡가 이하느리가 피아노 듀오 버전으로 편곡했다. 지난해 중앙음악콩쿠르와 헝가리 버르토크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하느리는 임윤찬의 절친한 친구로도 알려졌다. 임윤찬은 “하느리의 편곡이 정말 마음에 든다. 하느리가 좋은 피아니스트여서 그만큼 피아노의 매력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듀오 무대를 대중에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지만 두 연주자는 사제 간으로 오랜 시간을 공유해 왔다. 12세부터 손민수를 사사한 임윤찬은 스승이 202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따라갔을 정도다. 손민수는 “윤찬이가 무대 위에서 마치 시간과 공간을 새로이 그려내는 사람처럼, 듣는 이의 호흡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그 마법 같은 순간을 참 좋아한다. 음악에 헌신하는 윤찬이는 내가 잊고 있던 본질들을 일깨워준다”며 공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윤찬 역시 “저희가 사제 간이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다. 전혀 다른 두 인격체가 만나 많은 시간 함께 고민하고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이번 듀오 연주의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