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지서 섬김·봉사 구슬땀… 난 올여름 ‘볼런투어’ 간다

입력 2025-07-09 03:00
장대성(오른쪽) 장로가 지난달 아들 수환군과 함께 인도네시아 여행 중 세완마을에서 빈곤 주민을 위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학생들이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아 배식 봉사를 하는 장면. 대구 삼덕교회 청년부가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 임하교회를 방문해 마을 어르신 초청 잔치를 여는 모습(위쪽 사진부터). 각 기관 제공

장대성(42) 서울 동행교회 장로는 지난달 아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여행을 하던 중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자카르타 인근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세완마을을 찾아 도시락 봉사를 한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아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고자 여행을 계획했는데 의미 있는 활동까지 하고 싶어 결정한 일이었다.

세완마을 주민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물건을 주워 고물상에 내다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임진철 하수민 선교사 부부가 일주일에 두 차례 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 장 장로와 아들은 선교사 부부를 찾아가 요리를 하고 도시락을 포장해 직접 나눠줬다.

장 장로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5월 국민일보에 실린 세완마을 기사를 보고 선교사님을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다녀와 보니 덥다 못해 뜨거운 인도네시아에서 헌신하는 선교사님들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아들도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새삼 느꼈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휴가도 알차게, 섬김의 장으로

휴가철을 맞아 여행과 봉사를 접목한 ‘볼런투어’가 주목받고 있다. 볼런투어는 자원봉사(volunteer)와 여행(tour)을 결합한 신조어로 여행 일정 중 하루이틀을 활용해 봉사하는 것을 뜻한다. 휴가를 단순히 스트레스 해소나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현지 소외 이웃을 섬기고 돌보는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다일공동체(이사장 최일도 목사)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봉사를 오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한국에 여행을 왔다가 노숙인들에게 밥퍼 봉사를 하는 경우다. 지난해 34개국 633명이 다일공동체를 찾았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4개국 387명이 봉사를 마쳤다.

다일공동체 측은 “예전에도 한국에 사는 이주민 노동자나 유학생이 봉사를 오곤 했는데 한국 여행을 오면서 봉사에 시간을 할애하는 관광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여행사와 ‘착한 여행’을 기획해 캄보디아 현지 밥퍼 봉사를 진행하기도 한 다일공동체는 “관광 시간을 쪼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여행객의 마음이 감사하고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산불 피해 지역 방문 러시

여행을 가는 것만으로도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지난 3월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영남 지역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부도 산불 피해 지역 회복을 위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전국 교회도 일부러 영남 지역을 찾아오고 있다.

대구 삼덕교회(강영롱 목사) 청년부는 최근 경북 안동 임하교회를 방문해 교회 페인트칠을 하고 주민을 위한 마을 잔치를 열었다. 이밖에도 많은 교회가 단기선교나 행사를 영남 지역에서 열 계획이다. 서창달 안동시기독교연합회 총무는 “교회학교 어린이를 위한 연합 행사나 농활 프로그램을 통해 힘이 되어주는 교회들에 감사하다”면서 “영남 지역에 오는 것만으로도 산불 피해 입은 주민과 교인을 위로하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 여름철 많이 방문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예 휴가를 반납하고 봉사활동에 나서는 이들도 많다. 의료 소외 국가를 방문해 안과 진료와 수술을 하는 비전케어(이사장 김동해 원장) 의료진이 대표적이다. 비전케어는 지난 4일부터 다음 달까지 의료진 27명과 자원봉사자 등 총 35명이 동아프리카 7개국을 순회한다. 2001년부터 전 세계 40개국 19만여명을 진료하고 3만1000명에게 개안수술을 제공해 실로암의 기적을 선사했다.

2012년부터 8년간 비전케어에 참석한 정한욱 우리안과 원장은 오는 11월 아프리카 모리타니 방문을 앞두고 있다. 그때 장기간 병원을 비워야 하기에 올해도 여름휴가는 계획에 없다. 정 원장은 “오랫동안 휴가를 가지 못하다 보니 가족들이 서운해해 현장에 가족과 함께 방문해 봉사 겸 여행을 즐길 때도 있다”며 “수술 후 이듬해 만나면 ‘인생이 달라졌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는 현지인 모습에 봉사를 그만두지 못한다. 휴가를 반납하고 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