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재산이 약 5060억 달러(한화 약 692조원)로 세계 최고 부자다. 포브스 기준 부자 2위 제프 베이조스(2043억 달러)와 3위 래리 엘리슨(2003억 달러)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머스크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의 당선을 위해 쓴 기부금 2억5900만 달러(약 3541억원)는 그의 전 재산에 비하면 푼돈이나 마찬가지다. 머스크가 공언한 대로 내년 중간선거 전에 신당(아메리카당)을 창당하고 경합지역에 독자 후보들을 낸다면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당에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에는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1800자가 넘는 긴 문장의 글을 SNS에 올릴 정도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남아공에서 태어나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없는 머스크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치활동과 기업경영을 병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주와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7% 가까이 급락했다.
그러나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과 국가 부채 증가를 막아야 한다는 머스크의 어젠다에는 공감하는 여론이 많다. 퀀터스 인사이트의 여론조사에서 ‘머스크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2024년말 36조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124%다. 이자비용만 연간 1조 달러로 국방비 지출(약 9000억 달러)보다 많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가 부채 비율은 30~50%대였으나 트럼프 1기 시절 100%를 넘어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 의회를 통과한 감세법의 영향으로 국가 부채 비율이 2032년 14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 비율은 49%다. 비기축국 중에서는 2위로 높다. IMF는 2028년 한국의 국가 부채 비율이 58%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 부채 증가는 장기적으로 정책 우선순위를 왜곡하고 미래 세대에 상환 부담을 가중시킨다. 머스크의 문제 제기를 남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