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알바 생활] 공장 까대기

입력 2025-07-12 00:31

택배 물류 현장에서 대형 트럭 짐칸에 빼곡하게 가득 찬 물건을 끌어 내리는 작업을 까대기라고 부른다. 사람 키를 훌쩍 넘게 층층이 쌓인 물건을 까서 내려 분류하는 작업을 택배 현장에서도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내가 다닌 의류 포장 공장에서도 까대기가 있었다. 반품으로 들어오는 상품 박스들을 내리고 해체해 분류하는 작업이다. 의류 홈쇼핑 방송이 한 번 나가고 약 일주일이 지나면 반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공장 앞 넓은 공터에서 반품 상자들은 팰릿(물건을 쌓아 놓는 평대) 위에 산처럼 쌓였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무더기 하나에는 작은 택배 상자 200~300개가 있었다. 이게 무너지지 않도록 얇은 비닐로 둘러놓는다. 공장 까대기는 비닐을 까서 상자를 해체해 반품 의류를 꺼내 종류를 확인한 뒤 분류 상자에 넣는 일이다.

반품 박스 무더기가 두세 개면 어려울 게 없다. 작업은 그저 가벼운 운동이 된다. 그런데 보통은 넓은 공터에 쌓인 무더기가 20개를 넘어 태백산맥을 이뤘다. 처음 보면 숨이 ‘헉’ 막힐 지경이다. 10명 정도가 하루 종일 작업을 했다.

특히 홈쇼핑 의류는 반품 비율이 놓았다. 여름옷은 거의 70~80%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고 공장 대표가 말했다. 휴! 왜 자기가 산 옷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인가?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이 시대에 말이다. 게다가 진상 고객도 있어 별별 종류의 반품이 있었다. 팔소매에 김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경우, 스웨터 여기저기 강아지 털이 잔뜩 묻은 경우, 주머니에 칼이 든 경우, 심지어 5만원 지폐가 든 경우도 있었다.

가장 기억나는 건 한 사람이 7개의 반품 상자를 보낸 경우였다. 해체하니 한 종류의 스웨터인데 각기 다른 색상과 사이즈가 7개 있었다. 8개를 주문한 뒤 다 입어 보고 하나만 구입하고 7개를 반품한 것이었다. 공장 반장에게 보였더니 반품한 고객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러 번 보인 행태였다. 우리는 주소를 보고 잡으러 가자고 농담을 했다.

반품 무더기에서 상자를 까 내리는 데는 기술이 필요했다. 둘러싼 비닐을 잘못 까 내리면 상자들이 무너져 작업자를 덮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꺼번에 비닐을 자르지 않고 상자가 쌓인 결에 따라 조금씩 자르면서 상자를 까 내렸다. 칼로 상자를 해체하고 옷을 꺼내 확인한 뒤 상자를 쓰레기장에 던져 버리고 분류 상자까지 걸어오는 일은 체력을 많이 필요로 했다. 게다가 중간중간 꽉 찬 상자는 옮겨야 했다.

하루 종일 거의 2만보 이상 걸은 것 같다. 계속 앉았다 일어섰다 해서 숨이 가쁘고 허리도 아팠다. 퇴근할 때가 되면 거의 혼이 나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현관 입구에 쓰러져 한참을 누워 있었다. 그러나 좋은 점이 있었다. 정신없이 자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온몸이 가벼워졌다. 마치 하루 종일 북한산 등반을 하고 온 다음 날처럼 육체적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머리도 빠르게 회전되면서 맑아졌다. 알지 못했던 육체노동의 장점이었다.

김로운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