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48> 기드온

입력 2025-07-08 03:07

오브라의 상수리나무 아래 숨어
포도주 틀에서 밀을 타작하는 자는 누구인가
미디안이 두려워 벌벌 떨고 있을 때
여호와의 사자가 큰 용사로 불러 준 이는 누구인가
그의 깃발 아래
자원하는 군사들이 수없이 모였으나
신탁은 인간의 지형을 거부하였고
최종 300 용사만이 함께 하였으니
그대들의 무기는 나팔과 빈 항아리와 횃불뿐
항아리 깨지는 소리와 나팔 소리에
미디안의 칼과 창들이
서로를 찔러 자멸하였던 피의 전투
기드온,
겁 많고 유약한 소인에서
이스라엘 전쟁사의 영웅이 된 이름
오늘도 그의 횃불은
두려운 자의 가슴에 타오르고 있나니.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기드온은 구약 사사기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판관이자 민족을 지킨 영웅이다. 그런데 그가 처음부터 '큰 용사'가 아니었다. '오브라의 상수리나무 아래 숨어 포도주 틀에서 밀을 타작'했고, '미디안이 두려워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데 여호와의 사자가 그를 부르자 개울가에서 손으로 움켜 물을 마신 '최종 300 용사'만으로 미디안의 대군을 이겼다. 작고 허약하며 보잘것없는 병사들로 강군의 적을 이긴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반하는 역설의 전투였다. '겁 많고 유약한 소인'이 '이스라엘 전쟁사의 영웅'이 된 것은, 객관적 평가 기준으로 볼 때 비논리적인 방식의 승리 곧 성경적 정합성에 의거해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힘이 아니라 여호와의 힘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시인은 '오늘도 그의 횃불'은 '두려운 자의 가슴'에 타오르고 있다는 결어를 가져왔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