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열두 개의 달이 있죠?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1975년 미국 WNET 방송국에서 비디오 아트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에서 백남준(1932∼2006)은 자신의 비디오 아트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 순간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올해 백남준 전시가 풍년이다. 연초 부산현대미술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지금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도 백남준 기획전 ‘전지적 백남준 시점’이 한창이다. 이 전시는 WNET 방송국 인터뷰 영상이 보여주듯 도슨트가 된 백남준으로부터 작품 세계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백남준 작품 소장 국내 공공기관인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 중인 2285점의 비디오 아카이브 중 한국·미술·일본·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방영된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석 TV’ 등 일부 작품에서는 직접 시연하며 설명을 하기도 한다.
당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아주 아방가르드하면서도 대중적으로도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많아 방송사에서 다투듯 백남준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백남준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작품을 실제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 ‘촛불 TV’ ‘자석 TV’ ‘참여 TV’ ‘TV 정원’ 등 백남준의 실험적인 작품 10여 점이 나왔다.
박남희 관장은 “백남준의 눈으로 백남준의 작품을 감상하며 백남준이 비디오를 통해 펼쳤던 시간에 대한 실험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방송에 나올 때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아주 쉽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추상적인 시간을 자신만의 기술 방식으로 구현했지만 설명은 간명하다. “시간은 느낄 수 있지만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시간의 일부분을 붙잡아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어요.”
전시 기록 영상에서는 백남준이 작품을 설치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어 그의 작업 방식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내년 2월 22일까지.
용인=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