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싶어요”… 과거 인터뷰로 작품 설명

입력 2025-07-09 02:14
백남준아트센터 ‘전지적 백남준 시점’에 나온 영상 스틸 사진. 백남준이 방송에 출연해 ‘자석TV’를 소개하는 모습이다.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여기 열두 개의 달이 있죠?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1975년 미국 WNET 방송국에서 비디오 아트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에서 백남준(1932∼2006)은 자신의 비디오 아트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 순간 표정에는 기쁨이 가득하다.

올해 백남준 전시가 풍년이다. 연초 부산현대미술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지금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도 백남준 기획전 ‘전지적 백남준 시점’이 한창이다. 이 전시는 WNET 방송국 인터뷰 영상이 보여주듯 도슨트가 된 백남준으로부터 작품 세계에 대해 직접 설명을 듣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백남준 작품 소장 국내 공공기관인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 중인 2285점의 비디오 아카이브 중 한국·미술·일본·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방영된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석 TV’ 등 일부 작품에서는 직접 시연하며 설명을 하기도 한다.

당시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는 아주 아방가르드하면서도 대중적으로도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많아 방송사에서 다투듯 백남준을 인터뷰했다고 한다. 백남준이 인터뷰에서 언급한 작품을 실제 전시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 ‘촛불 TV’ ‘자석 TV’ ‘참여 TV’ ‘TV 정원’ 등 백남준의 실험적인 작품 10여 점이 나왔다.

박남희 관장은 “백남준의 눈으로 백남준의 작품을 감상하며 백남준이 비디오를 통해 펼쳤던 시간에 대한 실험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남준은 방송에 나올 때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아주 쉽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추상적인 시간을 자신만의 기술 방식으로 구현했지만 설명은 간명하다. “시간은 느낄 수 있지만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시간의 일부분을 붙잡아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어요.”

전시 기록 영상에서는 백남준이 작품을 설치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어 그의 작업 방식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내년 2월 22일까지.

용인=손영옥 미술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