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 게임 스코어 4-4 상황. 소네이 카텔(51위·영국)이 백핸드로 친 공이 라인을 훌쩍 넘어 떨어졌다. 하지만 ‘아웃’을 외쳐야 할 전자 판독기가 조용했다. 한동안의 소란 끝에 심판은 “판독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리플레이를 선언했다. 다시 기회를 얻은 카텔은 결국 게임을 따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윔블던의 인공지능(AI) 기반 라인 전자 판독 시스템이 경기 도중 꺼지는 일이 벌어졌다. 판독기 오작동으로 포인트를 빼앗긴 선수는 “게임을 도둑맞았다”며 반발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50위·러시아)와 카텔의 윔블던 여자 단식 16강전에서 전자 판독기가 한동안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다. 파블류첸코바가 2대 0(7-6<7-3> 6-4)으로 이겼지만 자칫 승패가 뒤바뀔 뻔했던 상황이다.
규정상 전자 시스템이 판정에 실패할 경우 주심이 판정을 내리게 돼 있다. 주심 역시 판단할 수 없을 땐 재경기가 진행된다. 당시 아웃이 명백했던 터라 제대로 판정이 났다면 5-4로 앞설 수 있던 파블류첸코바는 주심에게 “게임을 도둑맞았다”며 항의했다.
파블류첸코바는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주심이 경기 후 나에게 아웃인 걸 봤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상대가 홈코트 선수라 그랬는지 모르겠다. 심판도 큰 결정을 내리기가 두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인 올잉글랜드클럽은 “해당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사과한다”며 “운영진의 실수로 서버 쪽 코트의 라인 판독 시스템이 비활성화됐다. 공 추적 기술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가장 보수적인 대회로 꼽히는 윔블던은 올해 148년 만에 선심을 없애고 전자 판독 도입 흐름을 따르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선수와 심판 간 다툼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잇따라 판정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다. 앞서 잭 드레이퍼(4위·영국)도 2회전에서 패한 뒤 “전자 판독은 100% 정확하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