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박차고 나간 안철수… ‘전면 개혁’ 명분 한동훈 등판하나

입력 2025-07-08 02:02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고 있다. 안 의원은 “합의되지 않는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최현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혁신위원장 임명 20여분 만에 사퇴하면서 당 쇄신안을 둘러싼 내홍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안 의원은 인적 쇄신에 대한 지도부 반발을 비판하며 전당대회 출마도 공식화했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이번 사태가 한동훈 전 대표의 전대 출마 명분을 마련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음 달 중순 열리는 전대까지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 구주류 세력 인적 청산 문제가 당 쇄신 논의의 전면에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당대표가 돼 단호하고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혁신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코마(의식불명) 상태의 국민의힘, 반드시 살려내겠다. 메스를 들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에는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겠다”며 수위를 높였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도 “구태의 그릇을 깨야 민심과 당심이 회복된다. 국민의힘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인적 쇄신”이라며 “인적 쇄신도 거부하고 혁신과 거리가 먼 사람을 위원으로 채워야 한다면 무엇을 기대한 것이냐”고 말했다.

안 의원의 돌발 사퇴에 구주류도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당대표 출마를 위한 명분을 잡기 위해 (지도부를) 속인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 “혁신을 말하던 분이 혁신의 자리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며 “혁신위에서마저 철수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전대까지 비대위와 혁신위 ‘쌍두체제’로 진용을 정비하려던 주류의 구상이 어그러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친한계는 자중지란에 빠진 비대위와 혁신위를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박정훈 의원은 “윤석열정부 때 당의 실세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데, 친윤이 키를 쥔 혁신은 ‘눈속임을 위한 꼼수’”라고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했다. 또 안 의원을 향해 “혁신위원장 인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실컷 즐긴 뒤 이제 와서 ‘친윤이 인적 청산을 거부해 그만두고 당대표 나간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느냐”며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안철수식 철수 정치’”라고 말했다.

인적 쇄신 문제는 다음 달 19일 개최가 유력한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한 전 대표, 나경원 의원이 경쟁하는 ‘대선 경선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한 친한계 의원은 “당이 변해야만 한다는 게 드러났다. 한 전 대표가 나오지 않기엔 도저히 놔둘 수 없는 판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친한계 의원도 “정치공학적으로 유불리를 따져 전대 출마를 고심할 상황이 아니다”며 “밖이 아니라 안에서 난국을 하나하나 깨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이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