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전기차 판매 목표를 낮추고 전략 시장을 다변화하며 전동화 전략을 현실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임원의 핵심 성과관리체계(KPI)에 전기차 판매 대수를 반영하는 등 전동화 의지도 분명히하는 모양새다.
7일 기아의 ‘2025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기아는 2030년 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를 기존 160만대에서 126만대로 21% 하향 조정했다. 15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 구축 시점도 당초 2027년에서 2030년으로 연기했다. 2030년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 목표도 기존 249만대에서 234만6400대로 소폭 줄였다.
주요 시장별 전기차 판매 목표 변화가 두드러진다. 목표를 현실적으로 조정해 실현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아는 2030년 글로벌 시장 전기차 비중을 37%로 잡았었다. 유럽 79%, 북미 40%, 한국 41%, 중국 53% 등 주요 4대 시장에서 전기차비중 목표를 제시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2030년 전기차 비중을 30%로 낮췄다. 유럽 68%, 북미 28%, 한국 37%로 전반적으로 목표치를 내렸다.
여기에 인도를 새롭게 주요 시장에 포함했다. 기아는 2030년 인도 전기차 판매 비중 목표를 43%로 제시했다. 이는 북미, 유럽의 전동화 전환 지연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경쟁 격화에 따른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기존 2026년 연간 94만대 판매 목표를 2027년 84만대로 하향했다. 다만 2030년 200만대 판매 목표는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차 역시 북미와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국내와 함께 동남아시아 등 신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전략 조정에는 주춤해진 전기차 실적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총 89만3152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는 45.3% 늘었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캐즘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하이브리드 등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전략 수정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두 회사의 전동화 방향성에는 흔들림이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CEO를 포함한 핵심 임원의 KPI에 전기차 판매 실적을 포함하고 있으며, 각 사업본부와 팀 단위에서도 KPI 달성 여부가 성과평가 및 보상 체계에 반영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보고서를 통해 “전동화 전환을 지속해 전기차 ‘티어1’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수소전기 기술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전기차 분야에서는 주행거리 확대, 원가 혁신을 통해 리더십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