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일부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이를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회에서도 자사주의 단계적 소각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7일 IBK투자증권에 요청해 확보한 ‘코스피 코스닥 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 자료를 보면 현재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보유 비중이 40%를 넘는 기업은 7곳이다. 코스피에서는 신영증권 일성아이에스 조광피혁 텔코웨어 부국증권이, 코스닥에서는 인포바인과 매커스가 이에 해당한다. 자사주 보유 비중이 20~40%인 기업은 코스피에 33곳, 코스닥에 19곳 있다. 자사주 비중이 5~20%인 기업은 코스피 183곳, 코스닥 270곳이다. 자사주가 아예 없는 기업은 두 시장에 각각 279곳, 754곳이었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이유는 주가 방어, 인수 합병(M&A), 스톡옵션(회사 임직원이 일정 기간 내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입한 자사 주식) 등의 경우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보유 비중 자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일부 기업은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등 논란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주주 돈으로 자사주를 산 뒤 백기사에게 파는 등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쓰는 경우가 있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약속했다.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는 과정에서 후속 과제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거론되자 태광산업 등 일부 기업은 법 개정 전 교환사채(EB) 발행을 시도하다 금융감독원의 제지를 받는 일도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하거나 일정 시점에 자사주를 한꺼번에 소각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자사주를 계속 들고 있는 것 그 자체는 현금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도 자사주를 매입하면 다 소각하는데, 진정한 주주환원이 이어지려면 소각이 필요한 건 맞다”고 설명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기업들에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보면 ‘법안 (나오는 것) 봐서 처리하겠다’라고 답한다”며 “소각해도 문제없는데, 이유 없이 혹은 지배주주를 위한 수단으로 자기 주식을 들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