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어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김 총리의 취임사에선 몇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다. 우선 “내란의 상처와 제2의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종합상황본부장, 국민의 새벽을 지키는 새벽 총리가 되겠다”고 한 점이다. 이는 보고받는 자리, 형식적 지시만 하는 총리에 머물지 않고 국민의 삶을 일선에서 직접 챙기는, 그것도 국민이 잠든 시간에도 일하는 총리가 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각종 재난이나 참사 때 책임 있는 공직자들이 제때 연락이 되지 않거나 상황을 안일하게 판단해 애꿎은 국민들이 고통받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또 외환위기가 닥칠 때까지 무방비로 있었던 일부터 지난해 계엄 선포 순간에도 무기력한 존재에 머물렀던 숱한 국무위원들을 봐 왔다. 김 총리 말은 그런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신부터 항시 깨어 있겠다는 다짐으로 들린다. 거기에 더해 국정이 잘못 흘러간다면 대통령한테도 할 말을 하는 총리가 돼야 진정한 책임총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총리는 또 “오늘 약자를 상징하는 양이 그려진 빨강 넥타이를 맸는데 약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날엔 양이 그려진 파랑 넥타이를 맸는데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 정치적 약자를 구하는 일에 빨강 파랑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국정의 2인자가 앞장서 소외층을 챙기겠다는 것이나 이념의 차이를 넘어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국정에 임하겠다는 것 역시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 태도가 야당에 대한 존중으로도 이어져 협치를 이끌어내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국회 인준 전 “야당 대표보다 야당 의원을 더 만나는 초당적 총리가 되겠다”는 약속도 꼭 지키기 바란다.
사회적 갈등 해결사로서의 역할도 지켜볼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주례회동에서 김 총리에게 의정갈등 해결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김 총리는 지난 4일 임명장을 받은 뒤 첫 일정으로 대통령실 앞에서 항의 집회 중인 농민단체를 찾은 바 있다. 이렇게 총리가 갈등 현장을 직접 찾아 애환을 듣고 꾸준히 설득한다면 의정갈등이나 경사노위 대립과 같은 해묵은 갈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려면 앞으로도 꾸준히 현장총리이자, 경청총리가 돼야 한다. 그렇게 김 총리가 늘 깨어나 책임감 있게 일하고, 사회적 갈등도 조기에 해결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총리만큼은 제대로 앉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