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초한 국힘 혁신위… 이래서야 국민 마음 얻을 수 있겠나

입력 2025-07-08 01:20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닻을 올리자마자 사실상 좌초했다. 국힘 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오전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6인의 혁신위 인선안을 의결했지만 의결 직후 안 의원은 위원장 사퇴를 선언했다. 안 의원의 사퇴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겠지만 “혁신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당원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는 말은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사람과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서 당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겠는가.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혁신위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에 미리 (혁신안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두 분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했는데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대상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으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지난 대선 당시 지도부 인사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혁신위원 일부를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얘기도 했다. 원점에서 혁신위 구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힘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혁신을 내걸었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안 의원의 사퇴는 2023년 보궐선거 참패 후 들어섰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실패, 대선 패배 후 전면에 나섰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좌절과도 맞닿아 있다.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는 전통적 지지층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권자들은 변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국민의힘(35%)과 더불어민주당(28%)의 지지율 격차가 7% 포인트에 불과했다. 연이어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힘의 정당 지지도는 20%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국힘이 20%대 지지율을 “국민 5명 중 1명은 여전히 우리 편”이라고 자위하며 혁신을 거부한다면 수권정당의 길은 요원하다. 상당수 국민들은 지금 국힘의 존재 이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