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닻을 올리자마자 사실상 좌초했다. 국힘 비상대책위원회가 7일 오전 안철수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6인의 혁신위 인선안을 의결했지만 의결 직후 안 의원은 위원장 사퇴를 선언했다. 안 의원의 사퇴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겠지만 “혁신은 인적 쇄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당원과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는 말은 지극히 타당해 보인다. 사람과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서 당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겠는가.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혁신위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기에 미리 (혁신안을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두 분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를 타진했는데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대상의 이름을 밝히진 않았으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지난 대선 당시 지도부 인사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과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혁신위원 일부를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얘기도 했다. 원점에서 혁신위 구성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혹스럽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힘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혁신을 내걸었지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 안 의원의 사퇴는 2023년 보궐선거 참패 후 들어섰던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실패, 대선 패배 후 전면에 나섰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좌절과도 맞닿아 있다.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는 전통적 지지층에 대한 믿음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유권자들은 변하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국민의힘(35%)과 더불어민주당(28%)의 지지율 격차가 7% 포인트에 불과했다. 연이어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힘의 정당 지지도는 20%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국힘이 20%대 지지율을 “국민 5명 중 1명은 여전히 우리 편”이라고 자위하며 혁신을 거부한다면 수권정당의 길은 요원하다. 상당수 국민들은 지금 국힘의 존재 이유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