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한 달을 맞은 이재명정부의 대외정책은 전임 정부와 색깔을 달리하고 있다. 전임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등 민주주의 가치 외교에 기반한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미·중, 미·러 간 전략 경쟁은 더욱 격화되기 시작하며 역내 안보 환경은 매우 급격한 변화를 보여줬고 한·중 관계는 가장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다.
반면 이재명정부의 대외정책 핵심 방향은 국익 중심의 실용(균형)주의다. 소원했던 중국, 러시아와의 조속한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은 러·우 전쟁과 중동 분쟁, 대만해협·한반도 문제 해법 등을 놓고 상호 인식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 전략적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물론 이재명정부는 한·미동맹을 핵심 기조로 유지해 나갈 것이나 동시에 외교적 자율성과 전략적 대외 공간을 크게 확대시키고 러·우 전쟁, 중동 분쟁, 대만해협 분쟁이 한반도로 확산되지 않도록 실용주의 정책을 펼쳐 나갈 필요가 있다. 러·우 전쟁에 이은 중동(이란·이스라엘) 분쟁 격화, 글로벌 사우스 부상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며 미국과 서방 중심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재편하고 있어 역내 정세도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다.
이런 구도 속에서 이재명정부는 새로운 한·중 관계 도약을 위해 상호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 사항을 배려하며 솔직한 의사소통을 통한 신뢰 증진이 중요하다. 특히 최고 지도자 간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빠른 시일 내 정상회담이 필요하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맞춰 정치, 외교,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 및 역내 현안까지 협력 범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양국은 다양한 차원의 민간 분야 교류를 활성화하고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 한·중 미래 청년세대 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전임자와 달리 실용주의 외교를 강조하며 한·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의 철학에 맞춰 한·중 관계 도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오는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전승절)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전승절 행사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이자 한국 광복 80주년과 겹치는 해로 중국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리는 의미가 있다.
물론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존재하는 건 맞다. 박 전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이뤄졌음에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도 못했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졌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새로운 한·중 관계의 질적 도약을 위한 인식 전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해 대통령실 외교안보팀이 국익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와 대만해역의 평화와 안정뿐만 아니라 한·중, 남북, 한·러 관계 개선 시도에 이은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사전 소통도 요망된다. 이재명정부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역내 정세 속에서 한·미, 한·중 관계 모두 균형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양국 간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이미 한·중 무역 관계가 역전되고 있으며 올해도 4월까지 약 50억 달러의 대중 무역 적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한·중 협력의 중요성이 강조하고 있으나 미·중 전략 경쟁 격화, 국내 반중 여론 등과 같은 제약 요인도 존재하고 있어 보다 섬세한 전략적 소통을 통해 한·중 관계 도약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