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찜통더위, 여름행사 많은 교회… ‘태양을 피하는 법’

입력 2025-07-08 03:00
게티이미지뱅크

찜통더위에 열대야까지,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한증막 더위가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여름철 전 교인 수련회나 교회학교 성경학교를 연달아 진행해야 하는 교회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교회들은 응급 의료진 대기부터 교회 안전관리 지침까지 마련하며 안전한 여름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커카운티에 위치한 유명 기독교 여름캠프 ‘캠프 미스틱’에서 집중호우로 인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교회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오는 19일 시화방조제에서 ‘걷는 성경학교’를 진행하는 경기도 안산 더행복한교회(손병세 목사)는 지난 3일 교사와 목회자들이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경기도 안산 더행복한교회 목회자와 교사가 지난 3일 여름성경학교가 열릴 시화방조제를 답사하고 있다. 더행복한교회 제공

140명 가까운 교회학교 학생이 참가할 예정인 행사를 위해 교회는 행사 당일 구급차 2대를 대기시킨다. 또한 참석자 전원에게 챙이 넓은 모자를 제공하고 물과 이온음료도 지급한다. 교사와 학부모가 대열 중간중간 함께 걸으며 학생들의 건강 상태도 수시로 살필 예정이다. 온열 질환이 의심될 경우 대기하던 구급차가 즉시 출동하도록 했다.

행사 시간도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오후 5시로 조정했다. 걷는 거리도 10㎞에서 8㎞로 20% 줄여 4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4㎞만 걷는다.

손병세 목사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전한 완주를 위해 교사와 목회자들이 답사하면서 여러 가지를 꼼꼼하게 살폈다”면서 “오후 5시30분쯤 되니 선선한 바람도 불어 폭염은 피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승민 원미동교회 목사도 사전 답사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행사 장소를 미리 방문해 모든 걸 점검하고 현장 리허설을 비롯해 비상연락망 확인, 여행자보험 가입 등은 여름철 행사 준비의 기본”이라면서 “폭염 대비는 물론이고 각종 감염병 예방 안전 조치 마련도 필수”라고 조언했다.

한여름 야외행사를 지양하는 분위기도 있다.

박요한 송정교회 목사는 “최근 들어 외부에서 집회와 활동을 병행하던 전통적인 여름 프로그램 대신 시원한 실내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면서 “교인 중 어르신 비율도 높다 보니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어르신 폭염 대응을 위해 ‘위험 수준 경보’도 발령했다. 보건복지부는 폭염 위험 수준을 관심 주의 경고 위험 4단계로 분류하고 어르신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했다.

기상청은 하루 중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황이 2일 이상 지속되면 폭염주의보,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도 폭염특보가 발령된다.

‘교회 안 병원’도 안전한 여름의 동반자다. 응급의료 대응팀인 메디컬처치를 운영하는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는 주일 예배 중 본당에도 의료 가운을 입은 의료진이 대기한다. 이들은 온열 질환이나 저혈당 쇼크 등 응급 상황 발생 시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환자를 돌본다.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 응급의료대응팀 소속 의료진이 최근 환자의 열을 재고 있는 모습. 새에덴교회 제공

교회학교 예배당에도 응급처치 훈련을 받은 교사가 상주하고 구급함이 비치돼 있다.

여름철 외부 활동 때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을 비롯해 폭염 대비와 뱀·벌레 등 위험 요소 대응 방안도 마련하고 교육한다. 외부 활동 때는 이런 변수를 고려한 별도의 구급함도 제공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2019년 교회안전관리지침을 제작해 전국 교회에 발송했다. 예장통합 산하 교회들은 이 지침을 따라 폭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총회는 "여름철 오후 2~5시는 가장 더울 때로 외출이나 야외 활동을 삼가라"면서 "온열 질환 증상에 대한 이해와 가까운 병원 연락처 등을 사전에 공유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교회는 수시로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창문이 닫힌 자동차 안에 노약자나 어린이를 남겨두지 말라"면서 "부득이한 야외 활동 중 현기증이나 메스꺼움,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세가 보이면 곧바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집에 냉방기가 없는 교인은 교회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배려하라"고 제안했다.

수련회 장소의 소방시설 점검과 대피 훈련 등 안전을 위한 종합 대책도 필요하다.

한석훈 한국기독소방선교회 회장은 "여름성경학교와 수련회 등 장거리 이동을 계획하고 있다면 교회 차량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타이어 공기압과 엔진오일 상태를 미리 점검하고 차량 내 소화기는 매달 압력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수련회 장소의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갖춰져 있고 작동하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학생들에게는 비상시 행동 요령과 대피 방법을 미리 교육해야 한다"면서 "여름철 소나기는 매우 무서운데 비 예보가 있을 때는 절대 물가로 나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창일 박효진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