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느려서 더 빛나는 춤… 희귀병 소녀의 꿈은 ‘댄싱 퀸’

입력 2025-07-09 02:15
발달장애인 댄스 그룹 '에바크루' 멤버들이 지난달 23일 인천시 부평구 퍼스트 댄스 스튜디오에서 뮤지컬 수업을 마친 뒤에 환하게 웃고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다섯 명은 무대를 향한 꿈을 나누며 연습실을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채웠다. 왼쪽부터 박하진, 정명빈, 성유하, 김민규, 어수완.

“당신은 댄싱 퀸, 젊고 사랑스러운 열일곱. 탬버린에서 울려 퍼지는 비트를 느껴요.” 스피커에서 그룹 아바(ABBA)의 명곡 ‘댄싱 퀸(Dancing Queen)이 흘러나왔다. 박하진(17)양이 노래에 몸을 실으며 춤을 췄다. 가사처럼 연습실은 환하게 밝아졌다.

박하진양이 지난 3일 인천시 부평구 챰댄스 아카데미에서 K-POP 댄스 수업을 받고 있다. 다음 달에 열리는 송도 맥주축제의 무대에서 선보일 안무를 집중적으로 연습 중이다.

하진이는 ‘루빈스타인-테이비 증후군’이라는 희소질환을 앓고 있다. 작은 체구에 척추는 37도나 휘었다. 심장과 신장도 약하다. 하지만 5년 전 복지관 수업에서 춤을 처음 만나면서 새로운 꿈을 품었다. 바로 ‘댄싱 퀸’.

'에바크루' 멤버들이 지난달 23일 인천시 부평국민체육센터에서 춤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하진이는 발달장애인 댄스 그룹인 ‘에바크루’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에바댄스 챌린지’ 기획사에서 지원하는 이 그룹에는 김민규(19·남), 정명빈(17·여), 어수완(14·남), 성유하(10·여)가 함께한다. 다양한 장애를 지닌 5명의 멤버는 서로를 도우면서 무대에 오를 날을 꿈꾼다. 매주 4번을 인천 부평구 등에 있는 연습실 3곳에서 K-POP, 힙합, 한국무용, 뮤지컬 댄스를 배우며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김희연 뮤지컬 지도교사는 “아이들의 열정적 태도와 배움을 향한 호기심은 늘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박하진양은 해 질 무렵까지 연습실을 떠나지 않는다. 지난 3일 인천시 부평구 챰댄스 아카데미에서 K-POP 댄스 수업을 마치고 창가에 앉아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하진이는 노을이 번지는 저녁 무렵까지 연습실을 떠나지 않는다. 다음 달에 있을 송도 맥주축제 오프닝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서다.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힘겹기도 하지만, 하진이는 환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관객들이 ‘짝짝짝’ 손뼉을 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요. 오빠, 동생들과 춤을 추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아요.”

희소질환인 '루빈스타인-테이비 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하진양의 척추는 37도나 휘었다. 지난달 24일 의료진이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진료를 하고 있다. 부평그린마취통증의학과의원은 박양의 진료비와 재활 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현실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하진이의 척추는 40도를 향해 휘어지고 있다. 인천시 부평그린마취통증의학과의원 박정우 대표원장은 “척추 측만 각도가 40도를 넘으면 수술이 필요하지만, 철저한 관리로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춤을 사랑하는 하진이의 마음을 꺾을 수 없어 더 안타깝다고 했다.

박하진양이 지난 3일 인천시 집에서 '발달장애인 댄서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일기를 쓰고 있다.

연습실은 오늘도 음악과 열정으로 뜨겁다. 사랑스러운 열일곱의 하진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다. 윤재훈 에바댄스 챌린지 대표는 “에바크루의 무대가 단순히 춤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도전하는 용기와 꿈꾸는 기쁨을 세상 모든 이에게 전하길 바랍니다. 그들의 움직임이 누군가의 가슴에 작은 꿈의 불씨가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댄싱 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고된 춤 연습을 마치고 집에서 가수 지수의 '꽃' 안무 영상을 보며 동작을 따라 하고 있다.

인천=글·사진 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