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빅테크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회사 체질 자체를 ‘AI 친화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경쟁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직원들에게 일반 업무에도 AI 프로그램을 적극 사용하도록 장려하는 중이다. AI를 새로운 먹거리로 천명한 이동통신사들도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AI’의 적임자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사내 개발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AI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업무용 AI 프로그램 이용을 독려하기 위해 마일리지 형태의 지원금을 매달 지급하는 게 핵심이다. 개발자들은 지원금으로 커서·깃허브 코파일럿·클로드 코드 등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구독할 수 있다. 여러 프로그램을 구독, 다양하게 조합해서 업무에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사내 만족도 조사에서 ‘업무 시간 단축 효과 체감’(94%), ‘설계 단계 리드 타임 감소’(63%) 등 긍정적 반응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도 AI 코딩 도우미 커서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최근 개발 직군 등 직원 4500명에게 커서 체험판 서비스를 배포했다. 프로그램 개발 업무는 물론이고 네이버 전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하도록 추진하는 등 사내 AI 친숙도를 높이는 중이다.
네이버·카카오의 이런 행보는 AI 전환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선 사내 업무 환경부터 AI와 최대한 접목시키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직군이 아닌 백오피스의 경우 AI와 거리가 있거나 아주 간단한 수준의 프로그램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 직원이 직접 AI를 제대로 사용해 능숙해진 다음 상품·서비스 개발에 활용하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 한국형 AI의 ‘센터’ 자리를 두고 눈치싸움이 거세다. 지난 3일 KT는 한국 특화형 AI인 ‘믿:음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정부의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SK텔레콤도 ‘에이닷엑스(A.X) 4.0’을 동일 플랫폼에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참전했다. SK텔레콤은 통신업계와 별도 협의 없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AI 관련 진용이 갖춰지고 본격적인 예산 지원이 집행되기 전에 누가 투자 적임자인지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