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사역 지원 아끼면 안 돼… 최우선 대상 삼아야”

입력 2025-07-09 03:07
김영한 품는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교회에서 미소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신촌 먹자골목 한복판에 자리한 품는교회(김영한 목사)의 핵심 모토는 ‘다음세대에 치우친 교회’다. 장년층을 교회의 주류 삼는 기존 문법을 탈피하고 다음세대를 우대하며 이들을 성장시키는 공동체를 세운다는 취지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교회 예배당에서 만난 김영한(52) 목사는 이를 인근 맛집 슬로건을 들어 설명했다. “주변 김치찌개 맛집 벽에 ‘고기를 아끼면 망한다’는 문구가 붙어있더군요. 저는 교회도 같다고 봐요. 다음세대를 위한 지원을 아끼면서 미래를 논하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다음세대 편향적 교회

총신대와 캐나다 트리니티 웨스턴대 석사 과정을 졸업 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학한 김 목사는 1997년부터 28년간 다음세대 사역에 몸담아온 전문가다. 구약학 교수가 되겠다는 원래 목표를 접고 다음세대 부흥을 꿈꾸며 2009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주님의교회와 대구동신교회에서 청년부 디렉터를 거쳐 청소년·청년 집회 강사로 활동했다. 지금의 교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개척했다.

2018년 설립한 다음세대 사역단체 ‘넥스트 세대 미니스트리’ 등 여러 활동을 병행하는 김 목사가 교회를 세운 건 우리 사회에 ‘다음세대 편향적 교회’를 선보이고 싶어서다. 그는 “강연차 방문한 전국 교회의 공통점이 있다. 다음세대 부흥을 논하면서도 교회 재정의 5%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부모는 일반적으로 자녀에게 뭐든 최선의 것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사생아를 대하듯 다음세대를 대하는 거 같다”고 했다. 이어 “이런 현실을 보며 저 역시 말로만 다음세대를 위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며 “다음세대에 치우친 신앙 공동체의 본보기가 되자는 마음으로 교회를 개척했다”고 말했다.

먼저 키워야 헌신한다

품는교회 사역은 다음세대에게 헌신을 요구하기보단 이들을 먼저 키우는 데 주안점을 둔다. 김 목사는 이를 ‘축복 사역’이라고 불렀다. “먼저 축복과 섬김을 받아야 이를 공동체와 세상에 돌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교회가 선교사 자녀를 위해 마련한 제주 비전트립에서 김 목사가 성도들과 찍은 기념사진. 품는교회 제공

교회 사역 중 하나인 ‘묻지마 비전트립’도 한 영혼을 축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한 번도 제주도에 가보지 못한 선교사 자녀를 위해 교회는 ‘제주 비전트립’을 기획했다. 이에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면서 참가자가 12명으로 늘었고 경비는 청·장년 성도가 십시일반 마련했다. 오는 9월엔 선천적 장애인인 한 청년의 생애 최초 북미 여행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성도 6명이 뭉쳐 캐나다로 떠난다.

교회는 타지 생활 청년에게 생활지원금도 제공한다. 장년층 기부로 조성된 생활지원금의 수혜자는 성도로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교회는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타 개척교회 청년에게도 100만원을 지원했다. 김 목사는 “도움이 필요한 다음세대를 섬기는 문화가 교회에 정착돼 있다”며 “혜택을 받는 이들은 스스로 더 힘들고 어린 지체를 돕는다. 도움받은 청년이 취업 후 고3 수험생의 놀이동산 비용을 지원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지난해 초부터 성신여대와 경희대 인근 등 서울 4곳에 선교학사관도 운영하고 있다. 주거비 마련이 어려운 해외 파송 선교사와 그 자녀, 개척교회 자녀가 대상이다. 그는 “우리 역시 성도 50명 규모의 개척교회지만 ‘다음세대의 도피성(피난처)을 세우자’는 마음으로 사역을 출범했다”며 “5호관은 술이나 도박 등의 중독으로 어려움 겪는 이들을 돕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중독자 위한 ‘일상 양육’

청소년과 청년층에 만연한 각종 중독과 우울 증세를 예방·상담하는 것 역시 김 목사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역이다. ‘우리 아이 중독 심리 백과’(꿈미) 등을 공저하고 ㈔청소년중독예방운본부 등에서 중독 예방 교수법을 강의해온 그는 도박과 알코올, 마약과 인터넷에 중독된 다음세대의 상담 요청도 받고 있다. 주로 청소년 집회나 인터넷에서 김 목사의 사역을 접하고 알음알음 찾아온 이들이다.

지난 3월 사순절 연합 온라인 기도회 ‘40일 밤에 뜨는 별’ 집회 장면. 품는교회 제공

이들을 돕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방안은 ‘일상 양육’이다. “중독은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와 SNS에 ‘성경 필사방’ ‘영어 성경 통독방’ ‘1주일 1권 독서방’ 등을 개설해 참가자의 생활 습관 설계와 실행을 지원한다. 영성 회복을 위해 5년 전부터는 매년 사순절 연합 온라인 기도회 ‘40일 밤에 뜨는 별’도 열고 있다. “2~3일에 그치는 상담과 설교만으론 (생활) 개선이 힘드니 40일간 열리는 집회로 이들을 지원하자”는 게 목표다. 매년 120여명의 목회자와 찬양사역자가 자비량으로 기도회에 참여 중이다.

아울러 각종 중독으로 고통받는 다음세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도 당부했다. 김 목사는 “다음세대 사역은 중독과 우울, 상처와의 싸움”이라며 “중독에 관한 진솔한 대화와 설교, 양육과 훈련 등으로 이들의 아픔을 헤아리려는 노력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