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당뇨병 등 광범위 사용
복용자 5~10%는 근육통 경험
팔·다리 골격근 뻐근함 등 증상
심하면 면역 치료, 약물 대체 필요
복용자 5~10%는 근육통 경험
팔·다리 골격근 뻐근함 등 증상
심하면 면역 치료, 약물 대체 필요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고지혈증을 포함한 이상지질혈증 국내 유병률은 2022년 기준 40.5%에 달한다. 덩달아 고지혈증 예방·치료 약의 대명사인 ‘스타틴’ 복용자도 느는 추세다. 스타틴은 체내 콜레스테롤 합성 억제뿐 아니라 당뇨병, 고혈압, 협심증·심근경색 등 합병증 예방에도 광범위하게 쓰인다. 고지혈증 환자 10명 중 9명이 복용할 정도로 대중적인 약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스타틴 복용자가 경계해야 할 부작용이 근육 손상이다. 대부분은 단순 근육통에 그치지만 드물게 면역계가 근육을 계속 공격하는 만성적인 근육병 형태로 진행되기도 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른바 ‘스타틴 연관 면역 매개 괴사성 근육병증(IMNM)’으로 악화하면 걷기가 힘들어지고 심하면 자발적인 보행이 불가능해 휠체어를 타야 할 수도 있다.
성원재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7일 “스타틴을 복용 중인데 양쪽 허벅지나 어깨·팔의 힘이 빠지면서 일상 동작이 어렵고 2주 넘게 증상이 지속되면 꼭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특히 고령, 저체중, 만성 콩팥질환·간질환·갑상샘기능저하증이 있는 환자, 강도 높은 운동을 자주하는 사람은 근육병증 발생 위험이 더 높으므로 스타틴 용량을 최소화하고 평소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 교수에게 스타틴 복용과 근육 합병증의 관계, 유의할 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스타틴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은.
“스타틴 복용자의 약 5~10%가 근육통을 경험하는 걸로 보고된다. 주로 팔·다리 골격근에 뻐근함, 당김, 힘빠짐(근력 저하), 경련,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대부분 경미한 수준이지만 드물게 심한 ‘근육병증’이나 ‘횡문근융해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근육통은 통증이나 불편감만 있고 혈액검사에서 근육 손상을 보여주는 ‘크레아틴 키나아제(CK)’ 수치는 정상이다. 반면 근육병증은 단순 통증을 넘어 근육에 염증이 생긴 상태이고 횡문근융해증은 근육 합병증이 가장 심각한 단계다. 근육 세포가 대량 파괴돼 CK 수치가 정상의 10배 이상 높아지고 소변이 짙은 갈색으로 변할 수 있다.”
-왜 이런 부작용이 생기는지.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된다. 스타틴이 체내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코엔자임Q10’ 생성을 억제해 근육세포에 에너지 부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동일 용량의 스타틴이라도 개인에 따라 근육 독성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선 스타틴에 의해 근육 세포에 특정 효소(HMG-CoA reductase)가 과발현되고 면역계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해 자가 항체를 만들어 공격함으로써 근육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는 걸로 보고된다.”
-부작용 경험자가 얼마나 많은가.
“스타틴을 복용 중이거나 과거 복용한 적 있는 중·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스타틴 복용자 10만명 중 2~3명 정도로 드물게 생기지만 심각하고 주의가 필요한 근육 부작용이다. 전 세계 스타틴 복용자가 약 2억명에 달하므로 연간 수천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거로 추정된다. 국내 발생 상황은 파악돼 있지 않다.”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이나.
“진료실에서 한 달에 2~3명 정도 스타틴 관련 근육병증 환자를 보는데, 대부분 수 개월 이상 지속되며 점차 악화하는 근력 장애를 호소했다. 특히 허벅지의 근력 저하로 걸어다니기 힘든 증상이 많았다. 초기에는 계단 오르기, 앉은 상태에서 일어서기 등 근력을 비교적 많이 쓰는 상황에서 불편을 호소하다가 질환이 진행되면서 평지를 걷기도 힘들어한다. 심각한 경우 자발적 보행이 불가능해져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다. 스타틴을 복용하고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0년이 지나 근육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꼭 스타틴을 장기 복용한다고 고위험군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복용 기간과 상관없이 평소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근육병증은 단순 근육통과 달리 자가 면역 반응에 의해 근육이 파괴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스타틴 복용을 중단해도 저절로 호전되지 않는다. 스타틴에 의해 생성된 자가 면역 항체는 약을 끊어도 체내에 남아 염증과 근육 괴사를 일으킨다. 따라서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면역 억제제 같은 적극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콜레스테롤 조절을 위해 약을 안 먹을 수도 없는데.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은 근육통인 경우 약을 끊을 필요까지는 없고 경과를 지켜보며 약물 변경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근육병증 진단을 받으면 스타틴을 즉시 끊고 면역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른 종류의 스타틴으로 바꾸는 것도 권고되지 않는다. 모든 스타틴 계열에서 동일하게 자가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을 바꿔 재복용하면 증상이 재발하거나 악화할 위험성이 높다. 고지혈증 치료가 여전히 필요한 경우엔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담당 의사와 협의해 다른 계열의 지질 저하 약물로 대체하는 걸 고려해야 한다.”
성 교수는 “고지혈증 관리나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스타틴 복용은 꼭 필요하지만 드물게 근육통, 힘빠짐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