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환율 하락을 보는 시각

입력 2025-07-08 00:36

연초 환율 급등을 바라보며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최근에는 강력한 관세 정책을 필두로 각종 통상 및 환율 압박을 해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 및 무역 적자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달러 약세를 의도,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제품의 가격을 높여 수입을 줄이는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 드라이브의 핵심은 수출이다. 환율 하락은 관세 부담 확대와 맞물려 우리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데,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이 전망되는 한국에 매우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환율 하락은 우리에게 치명적인 악재로 다가올까.

달러당 1450원에서 1350원으로 환율이 하락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1달러를 사들일 때 기존에는 1450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1350원이면 가능하다. 달러를 살 때 필요한 원화가 줄었으니 환율 하락은 달러 약세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뒤집어서 원화 강세라고 해석할 수 있다. 달러 약세나 원화 강세는 같은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만 전혀 다르다. 달러 약세는 글로벌 통화 대비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달러가 원화 대비 약세에 그치지 않고 위안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다른 통화 대비로도 약세를 보이게 된다. 반면 원화의 독보적인 강세로 인한 환율 하락은 원화가 유독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가 달러뿐 아니라 다른 국가 통화 대비로도 강세를 보이게 된다.

둘 중 어느 쪽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클까. 환율 하락은 결국 달러당 1450원 상당의 한국 제품을 살 수 있던 미국 소비자가 1350원 수준의 제품을 살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그들 입장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상승이다. 환율 하락으로 제품 가격이 오를 뿐 아니라 관세까지 부과된다면 더욱더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것이고, 미국 소비자들은 다른 국가 제품을 대안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우리 수출에는 실질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달러 약세가 다른 국가에도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원화가 10% 절상된 만큼 일본 엔화, 대만 달러, 중국 위안화, 유로화 등이 함께 10% 절상된다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 수입품뿐 아니라 다른 나라 수입품의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비싸진 한국 제품의 대안을 찾기 어려워진다. 달러 대비 원화가 절상돼도 다른 국가 통화가 비슷한 수준으로 절상된다면 어느 정도 원화 절상의 충격이 제어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케이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원화가 달러 대비 10% 절상됐는데, 대만 달러가 미 달러 대비 15% 절상된다면 어떨까. 원화 대비 대만 달러의 절상 폭이 큰 만큼 원화 강세, 즉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원화 절상, 즉 환율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 2개월 동안 달러 대비 원화의 절상 폭보다 대만 달러의 절상 폭이 컸다. 적어도 대만 제품 대비로는 원화 절상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충격은 덜하다고 볼 수 있다.

환율 하락은 일반적으로 수출 제품 가격을 높여 수출 경쟁력 저하를 가져온다. 그러나 한국 원화만 절상된 경우와 다른 수출 경쟁국의 통화가 동반 절상되는 경우, 혹은 타국 통화의 절상 폭이 보다 큰 경우 수출 충격이 일정 수준 제어될 수 있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다른 통화 대비 환율의 흐름을 함께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