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병은 단순한 혈당 상승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대사질환으로, 전 세계 임신부의 약 14%가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엄마와 태아 모두에게 장·단기적 건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주요 위험 인자는 과체중이나 비만, 고령 임신, 당뇨병 가족력 등이 있는데 대부분 쉽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반면 운동 같은 신체활동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실천할 수 있다.
실제 임신 전에 1주일에 두 번 이상 근력 운동을 하면 임신성 당뇨 위험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제시됐다.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류현미 교수팀은 한국 임신부 3457명 대상으로 임신 전부터 산후까지 총 5개 시점에서의 신체활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당뇨&영양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임신 전 주 2회 이상 근력 운동을 한 여성의 임신성 당뇨 발생 위험이 54% 낮았다. 근력 운동은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덤벨 들기, 역기, 철봉 등 저항성 운동이 해당된다. 근력 운동의 임신성 당뇨 예방 효과는 산모 연령이나 임신 전 체질량지수(BMI)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하지만 중·고강도 신체활동과 임신성 당뇨 간 통계상 유의성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강도 신체활동은 주변과 대화 가능한 수준의 숨참을 유발하는 빠르게 걷기, 수영 등이 해당된다. 또 고강도 신체활동은 대화가 곤란할 정도의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달리기, 에어로빅 등이 포함된다.
류 교수는 7일 “근력 운동으로 골격근량이 증가하면 포도당 저장 용량이 확대된다. 골격근은 식후 포도당 흡수의 약 80%를 담당하는 포도당 저장소로, 근육량 증가는 혈당 조절 능력의 향상과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규칙적인 저항성 운동은 골격근 내 ‘포도당 운반체(GLUT4)’ 발현을 20~70% 증가시키는 동시에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합성을 촉진해 포도당 산화 능력을 높인다. 이런 대사적 적응은 인슐린 감수성의 장기적 개선을 통해 임신성 당뇨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류 교수는 덧붙였다.
반면 중·고강도 신체활동은 심폐 지구력을 키우는 데는 효과적이나 인슐린 대사에 미치는 효과는 운동 빈도와 강도, 지속 시간, 개인의 BMI나 근육량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류 교수는 “임신 중이나 산후보다 임신 전 근력 운동의 임신성 당뇨 예방 효과가 더 크다”면서 “임신을 계획할 때부터 규칙적인 근력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