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정한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8일·현지시간)을 사흘 남기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워싱턴DC로 급거 출국했다.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양국 간 외교·통상·안보 등 포괄적 협의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위 실장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한·미 사이에 통상과 안보 관련한 여러 현안이 협의돼 왔다”며 “협의 국면이 중요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어 제 차원에서 관여를 늘리기 위해 방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방문에서도 유사한 협의를 진행했으며 이번 방미는 이 협의를 계속하는 차원”이라고 부연했다. 구체적인 협상 의제에 대해 위 실장은 “관세 협상도 있고, 안보 사안도 있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번 방미를 계기로 미국 측과 전방위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국민일보 통화에서 “(위 실장이) 여러 가지 카드, 여러 가지 이슈를 다 가지고 간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현재 자동차와 농산물, 서비스 등 한국의 수용성이 높지 않은 분야에서 시장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표한 조선업 분야 협업 확대 등을 미국에 협상 카드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 온 국방비 증액 및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방안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LNG 수입 확대, 조선업 협력, 국방비 증액이 다 논의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토털 패키지’를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셈이다. 앞서 위 실장은 지난달 26일 나토 정상회의를 다녀온 후 가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한국과는 조선업 협력에 관심이 많더라”고 전한 바 있다.
위 실장이 직접 방미길에 오르고, 앞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귀국 일주일 만에 다시 워싱턴을 찾아 추가 협상에 나선 만큼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 시한 추가 유예를 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추가 유예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만큼 유예 상황을 다 포함해 검토하면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관세 유예 시한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서 협상이 잘 안 돼 위 실장이 직접 방미길에 오른 것”이라며 “위 실장이 다녀오면 한·미 간 협상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도 위 실장 방미의 주요 의제로 올라 있다. 위 실장은 공항에서 한·미 정상회담 일정 논의 가능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현안 중 하나로, 그에 대해서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에 미국에 보낼 이재명 대통령 특사도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최승욱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