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다시 ‘점프’할 준비됐어요?”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핑크빛 응원봉은 불꽃처럼 장내를 수놓았다. 검은 밤하늘 아래 펼쳐진 거대한 핑크빛 물결이 블랙핑크 월드투어의 화려한 서막을 알렸다.
블랙핑크가 5~6일 K팝 걸그룹 최초로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단독 입성해 ‘데드라인(DEADLINE)’ 공연을 펼치며 월드투어의 포문을 열었다. 제니, 지수, 리사, 로제 네 멤버의 완전체 무대는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상징색인 검정과 핑크 옷차림과 아이템을 착용한 7만8000여명의 팬들이 이틀간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 무대는 대표곡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와 ‘핑크 베놈(PINK VENOM)’으로 문을 열었다. 데뷔곡 ‘휘파람’부터 ‘붐바야’ ‘불장난’ ‘뚜두뚜두’ ‘마지막처럼’ 등 히트곡이 이어졌다. 공연의 절정은 완전체로 2년 8개월 만에 공개한 신곡 ‘뛰어(JUMP)’였다. 로제는 “카메라로 찍기만 하지 말고 같이 일어나 뛰어 주실 거죠?”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강렬한 비트와 속도감 있는 전개, 카리스마가 응축된 사운드가 울려 퍼지자 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했다.
공연 중간 멤버들은 솔로 무대를 통해 저마다의 매력으로 무대를 물들였다. 가장 먼저 솔로무대에 선 지수는 핑크색 프릴 드레스를 입고 댄서들 사이에서 피어나는 꽃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얼스퀘이크(earthquake)’와 ‘유어 러브(Your Love)’를 부르며 몽환적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리사는 ‘뉴 우먼(New woman)’과 ‘락스타(Rockstar)’로 특유의 파워풀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다.
K팝 아이콘이 된 제니의 ‘만트라(Mantra)’, ‘라이크 제니(like JENNIE)’로 이어진 무대는 제니의 독보적 아우라에 관객들의 떼창까지 어우러지며 공연장을 폭발적 에너지로 가득 채웠다. 뒤이어 오른 로제는 기타 연주에 맞춘 ‘3am’으로 팬들을 위로한 뒤, 전 세계를 뒤흔든 ‘아파트(APT.)’를 팬들과 함께 부르며 공연장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날 밴드 세션과 댄서는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 뮤지션과 호흡했던 최정상 스태프로 새롭게 꾸려졌다. 다채로운 무대 연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곡의 하이라이트마다 불꽃이 터졌고, 밤하늘엔 드론이 블랙핑크의 상징인 왕관을 그려내며 장관을 이뤘다. 전 멤버가 곡 구성과 의상, 무대, 연출 전반에 직접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멤버들은 오랜만에 만난 팬들에게 아낌없는 감사와 애정을 전했다. 제니는 “경기장 위까지 관객들이 가득 차 있는 걸 보면서 설레고 감사하다”며 “이 무대를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떠나지만 블링크(팬덤명) 여러분을 다시 만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사는 “어제부터 시작된 떨림이 지금까지 이어지는데, 블링크가 재밌게 노는 모습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멤버들은 공연 내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글로벌 정상급 걸그룹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뉴욕, 로스앤젤레스(LA), 파리, 런던, 도쿄, 홍콩 등 16개 도시에서 31회에 걸친 월드투어 콘서트를 이어간다.
고양=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