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복지부 사이… 관리·감독 ‘사각지대’ 서울대병원

입력 2025-07-07 02:00
사진=권현구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고액 후원자 등 특권층을 별도로 관리하는 등 공공성을 상실해 가는 원인은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병원은 일반 국민을 위한 필수·공공의료 체계의 핵심 의료기관이지만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교육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기형적 상황이 2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교육계 등에서는 그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관할 부처 이관을 막는 데 앞장선 것도 서울대병원이라고 지적한다.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립대학교병원설치법’ ‘서울대학교병원설치법’ ‘국립대학치과병원설치법’ ‘서울대학교치과병원설치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교육위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 17곳을 교육부 소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복지부 이관은 번번이 좌절돼 왔다. 복지부는 지난 2005년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국립대병원 이관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을 지역 공공의료 체계의 중추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연구·교육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거센 반발이 나왔다.

결국 복지부는 이듬해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다른 국립대병원부터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다른 국립대병원은 이미 부처 이관에 동의한 상황이었다. 당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번에는 교육위 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이관이 추진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유야무야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교수 등의 반대를 거스를 수 없었다고 한다.


의료 개혁을 내건 윤석열정부에서는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교육부는 복지부 이관을 받아들이고 복지부와 이관 논의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의대 증원이 촉발한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보류됐다. 이후 교육부와 복지부 사이에서 서울대병원 관리·감독권은 공중에 붕 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1~2년 동안 교육부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병원 정책에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에선 공공의료 정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복지부 존재를 서울대병원이 부담스러워한다고 해석한다. 서울대병원 입장에선 공공의료 정책이 강화되면 돈이 안 되는 공공의료 정책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병원이 복지부 이관을 반대하는 명분은 연구·교육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와 관련 업계 생각은 다르다. 현재 바이오 분야 연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복지부가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의사 양성 역시 교육부가 손댈 수 있는 과정은 예과 2년이다. 실습 중심인 본과는 4년으로 전문의 양성 과정의 대부분이 병원에서 이뤄지고 있고, 관련 정책 권한은 복지부에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의 복지부 이관은 초고령사회 대응에 필수적이라고 본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공공 병상이 없어 민간 병원에 병상 수가를 평소의 10배를 주면서 공공의료 붕괴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의료 체계를 서둘러 갖춰놓지 않으면 5~10년 뒤 우리 국민이 내야 할 청구서는 어마어마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