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둘러싼 물밑 세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여론조사로 드러난 당원 표심은 정청래 의원의 우위이고, 현역 의원의 지원사격은 박찬대 의원이 앞선다는 평가다. 양측 모두 대세론 형성에 힘쓰고 있으나 정치권에선 아직 한쪽으로 승기가 넘어가진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의원 측은 여론조사상 기세가 한 달이 채 안 남은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당대표 선호 후보 조사에서 32%를 얻어 박 의원(28%)에게 앞섰다. 민주당 지지층에 한정하면 각각 47%대 38%로 격차가 더 컸다.
정 의원은 시행 기관을 가리지 않고 민주당 지지층·진보 성향 응답자에게서 눈에 띄는 우위를 보였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층 응답자 54.7%가 정 의원을 차기 당대표에 적합한 후보로 꼽았다. 정 의원을 돕고 있는 한 의원은 6일 국민일보에 “15~20% 포인트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며 “대세는 기울었고, 곧 쐐기를 박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조직으로 바람을 이길 수 없다”고도 말했다.
박 의원 쪽 평가는 정반대다. 상대적으로 호불호 편차가 적고, 비토층이 옅다는 박 의원 이미지가 당심 경쟁에서 막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처음엔 인지도 싸움으로 흐르니 정 의원이 우세할지 몰라도 경선이 임박할수록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를 누구 얼굴로 치를 것이냐는 선택에 직면했을 때 당원 표심이 어디로 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역 의원 상당수의 지지를 확보한 것도 박 의원 쪽이 자신감을 내비치는 주요 근거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100명을 훌쩍 넘는 현역 의원과 지역위원장이 함께하고 있다”며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각종 행사의 세 대결도 치열하다. 박 의원의 최근 조찬 간담회엔 의원 40여명이 몰렸고, 지난 4일 정 의원의 북콘서트에도 의원 30여명이 다녀갔다. 둘은 후보 등록을 나흘 앞둔 6일 나란히 호남 표심 잡기에 열중했다. 정 의원은 전남 장성과 광주를 찾아 당원 간담회와 북콘서트를 진행했다. 아예 지난 5일부터 ‘호남 살기’에 돌입한 박 의원은 여수에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정 의원 행사엔 주철현 민형배 문정복 박균택 한민수 의원 등이, 박 의원 행사엔 김영호 조계원 정진욱 김용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