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
유장춘 명예교수(한동대 사회복지학과)
조은하 교수(목원대 신학과, 가정교회마을연구소장)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목)
유장춘 명예교수(한동대 사회복지학과)
조은하 교수(목원대 신학과, 가정교회마을연구소장)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교목)
국민일보는 연중 기획 ‘너와 나, 서로 돌봄’을 지난 3월 시작했다. 1부 ‘돌봄은 삶’이란 주제로 교회와 목회자, 기독 단체가 사회적 약자를 품으며 상생하는 모습을 전했고, 최근까지 보도한 2부 ‘돌봄이 희망’에서는 이단 탈퇴자, 마약 중독자, 장애인 선수 등 주목받지 못한 이들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돌봄을 조명했다. 3부 ‘돌봄과 안식(돌보는 자를 위한 돌봄)’과 4부 ‘돌봄은 사랑(돌봄을 위해 연합하는 사례)’은 연말까지 다룬다. 3, 4부에 앞서 한국교회가 이웃 섬김과 사랑이 담긴 돌봄을 어떻게 실천할지 지상 좌담을 마련했다. 교계 돌봄을 오랫동안 고민한 3인의 학자들은 7일 “더 소외된 이웃을 위한 세밀한 돌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대 교회와 기독교인의 돌봄은 왜 필요한가.
△유장춘 명예교수=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이웃을 돌보는 이유는 교회가 진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리스도의 몸은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서 하시던 일을 계속해야 존재 의미가 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지금,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 즉 영이신 하나님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님의 본질과 성품과 의지를 현실화하는 방법은 사랑이다. 교회가 사랑을 실천할 때 교회를 통해 사람들은 예수를 알고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교회는 어떻게 사랑받을 것인가로부터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로 관심을 전환해야 한다.
△김혜령 교수=기독교인이 이웃을 돌보는 것은 그 이유를 따질 필요가 없을 만큼 기본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라는 말을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산업과 기술, 자유 시장의 발달로 인류사에서 가장 풍요로운 시기가 됐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체제가 한계가 있듯 분배의 불평등으로 빈부 격차를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벌여놓고 있다. 성서의 이웃 사랑 명령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더 적극적으로 선포될 필요가 있다. 기부나 봉사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과 더불어 우리가 사는 사회가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인간의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복되고 정의로운 제도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이웃 돌봄을 실천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유 교수=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자유와 사랑이며 인간을 존엄한 존재로 일으켜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유는 주체성이고 사랑은 공생성이다. 각자가 주체성을 가짐과 동시에 이웃과 깊은 사랑으로 일체가 돼 살아갈 때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 사회 복지 실천의 가장 중요한 두 기둥 역시 개인의 주체성을 살려 일으키고 지역 사회의 공생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조은하 교수=이웃과의 소통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여성 청년 장애인 등 당사자 참여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성과 신뢰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 재정의 투명성은 물론 자기반성과 회개의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고 교회의 영성과 일상성을 일치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교회가 특별히 해야 할 돌봄 영역이 있나.
△김 교수=세상의 질서는 효율성과 경제성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돌봄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따르지 않는다. 그러기에 오늘날 교회는 제도나 정책에서 벗어나 있어서 손이 닿지 않는 사람을 집중적으로 돌봐야 한다.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희귀병 환자를 위한 기부나 미등록 이주민을 부모로 둔 아이들의 언어 습득과 학교 교육을 돕는 일, 장애인 이동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며 공감하는 일 등은 교회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조 교수=심리 상담 사역, 고립 노인 방문 돌봄, 경제 약자 돌봄은 많은 부분에서 이미 실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기후, 자립준비청년, 장애인, 시대적 트라우마 회복이나 생명, 사역자, 지역 의료 돌봄으로 확대돼야 한다.
-이 시대 교회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야 하는가.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유 교수=사람들은 교회를 통해 예수님을 경험해야 한다. 생의 마지막 국면 앞에 선 노인, 약물이나 알코올로 절망 앞에 선 중독자, 헤어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 결함으로 정상적 삶을 포기한 장애인, 경제적 불평등의 맨 아래에 짓눌리고 있는 실업자와 노동취약계층, 사회 구조적으로 장래가 불투명해 암울한 청소년들, 그들 모두에게 교회는 복음이요 예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회는 복음을 낡은 교리의 종교적 틀에서 꺼내 사회라는 역사적 현실에서 생활과 삶으로 용해시키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 교수=교회는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능력이 없어서, 학벌이 없어서, 건강하지 못해서, 국적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부모가 없어서, 돌봐줄 자녀가 없어서 세상에서 천대받고 무시당하는 사람들 곁을 지켜야 한다.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을 인정하기’가 죄인과 함께한 예수님의 사역과 같지 않을까.
△조 교수=교회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공동체다. 믿을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희망을 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돌봄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정리=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