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5)씨는 올해 초 수강신청을 앞두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인기 과목 수강신청을 하기 위해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고성능 컴퓨터를 갖춘 PC방을 찾아 방문했지만 이미 폐업한 매장이었던 것이다. 김씨는 “앱에는 영업 중이라고 나와 있어 믿고 간 것이었다”며 “수강신청이 한 학기 삶을 결정하는 터라 정말 아찔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폐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지도앱 상에 폐업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앱 정보만 믿었던 이용자가 헛걸음하는 것은 물론 이를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지도앱 업계는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장소 업데이트 시스템 고도화에 나섰다.
6일 국세청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일부 사업자들이 폐업 후에도 지도앱 정보를 수정하지 않으면서 앱 내에만 존재하는 ‘유령 매장’이 늘고 있다.
최근 이를 악용한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김모(28)씨는 지난달 26일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원룸 매물을 보고 가계약금 200만원을 송금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김씨는 매물 게시자 A씨가 건넨 부동산 명함의 상호명이 지도앱에 정식 등록된 곳임을 확인하고 의심을 접었다. 그런데 계약 당일 A씨와 연락이 두절됐고 뒤늦게 해당 주소로 찾아갔으나 그곳은 이미 폐업한 ‘유령 부동산’이었다. 김씨는 “지도앱에 등록돼있으니 믿어보자 했지만 결국 허위 명함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폐업 시 세무 신고와 함께 앱 상의 정보도 수정·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업자는 사업장 관할세무서에 폐업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폐업한 달의 다음달 25일까지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는데, 이를 어길 경우 추가 가산세 등의 불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지도앱 폐업 신고는 자율에 맡겨져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폐업자는 지도앱 내 관리 페이지에서 매장 삭제 신청을 해 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정보 업데이트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는 자체 개발한 폐업 관리 플랫폼을 활용한다. 네이버 서버에 축적되는 예약·리뷰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폐업 의심 업체를 선별한 후 사업자에게 최종 확인을 거쳐 정보를 수정하는 구조다. 이용자의 제보도 가능하며, 내용이 반영될 경우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폐업 관리 플랫폼 내 데이터를 쌓아 처리 속도를 꾸준히 고도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맵은 이용자·콘텐츠 제공업체의 제보 등을 통해 장소 정보를 최신화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카카오맵도 정보 수정을 제보하는 이용자에게 카카오 쇼핑포인트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대상 카테고리는 음식점, 대상 제보 항목은 상품·메뉴·영업시간 정보다. 카카오맵 측은 포인트 지급 대상 범위를 계속 넓혀나간다는 방침이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