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DC로 떠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의 세부 조건을 조율하기 위한 협상단을 카타르에 파견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가자지구 60 일 휴전’이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5일 밤 10시(현지시간) 긴급 안보내각회의를 소집해 휴전과 관련한 하마스의 요구사항을 검토한 뒤 협상단을 꾸려 카타르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자정 직전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하마스의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이스라엘 협상단이 하마스와 인질 석방 및 휴전을 놓고 간접적으로 대화하기 위해 6일 카타르로 떠난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수정안에 추가한 핵심 요구사항은 3가지”라며 “하마스는 영구적 휴전을 위한 협상 지속, 가자지구에서 유엔 및 국제기구 구호물자 반입 전면 재개, 지난 3월 휴전 협상 결렬 이전의 위치로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제시한 휴전안은 가자지구에서 60일간 교전을 중단하고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50여명 가운데 생존자 10명과 시신 18구를 이스라엘에 돌려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4일 성명에서 “즉각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긍정적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도 같은 날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주중에 휴전 합의가 성사될 수 있다”고 낙관했다.
네타냐후는 비록 하마스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7일 백악관에서 휴전을 성사시키는 장면을 트럼프에게 선물처럼 안겨줄 가능성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타냐후의 방미 일정에서 휴전이 선언될 수 있다”며 “휴전안 초안에는 ‘트럼프가 직접 휴전을 발표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의 백악관 방문은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세 번째다. 직전인 지난 4월 백악관 방문 당시 면박을 당하고 빈손으로 돌아왔던 네타냐후는 지난달 미군의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끝난 이란과의 ‘12일 전쟁’ 이후 트럼프와 관계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휴전 합의를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스라엘 내각의 일부 각료와 인질 가족들은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며 “구호물자 배급 과정에서 인명 피해를 낸 미국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 철수 논의도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