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사람을 변화시켜 공동체와 국가의 변화를 이끄는 인재를 양성한 가나안농군학교의 교육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학교는 ‘근로 봉사 희생’의 가치를 외치며 척박한 땅을 옥토로 바꿨다. 지난 최근 경남 밀양 가나안농군학교(영남) 교장실에서 이현희 설립자와 김성우 이사장, 김경철 부교장, 김태영 글로벌비저너리스쿨(GVS) 설립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가나안농군학교는 고(故) 김용기 장로가 1954년 ‘조국이여 안심하라’는 구호 아래 설립한 농촌 계몽 운동의 산실이다. 농사 기술 교육 넘어 ‘먹기 위해 일하지 말고 일하기 위해 먹자’는 개척 정신을 통해 잠자는 의식을 깨우고 삶의 태도를 바꾸는 전인교육을 담당해왔다. 가나안농군학교의 교육은 근로 봉사 희생의 정신을 깨우는 정신교육과 유기농 재배법 등 실질적 기술을 전수하는 농업이론 및 실기교육으로 이루어진다.
2012년 학업 의욕이 없던 고등학생 30명이 가나안농군학교(영남)에서 훈련을 받은 뒤 이듬해 그중 한 명이 전교 회장 후보로 나서는 등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2014년에는 노사 갈등이 깊었던 한진중공업 전 임직원이 교육에 참여한 뒤 노조위원장이 “이런 교육이라면 언제든 받겠다”며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카멜리아힐을 조성한 양언보 회장은 “1963년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배운 개척정신이 흔들림 없이 동백 사랑에 매진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가나안 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평생의 지표가 됐다.
가나안농군학교(영남)는 1998년 부산에서 시작해 2003년 경남 밀양에 터를 잡았다. 학교는 가나안 정신을 계승하면서 시대에 맞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현희(75) 설립자는 “밀양은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이자 지역 사회와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한 곳”이라며 설립 배경을 밝혔다.
초기에는 기독교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교육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공무원 기업인 직장인 학생 등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육은 보통 2박 3일 일정으로 이루어진다. 인성 학습과 올바른 정체성 확립을 통한 미래 설계, 근로와 공동체 윤리 의식 함양 등을 목표로 한다.
김성우(70) 이사장은 ‘가나안농군학교는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가나안의 설립 정신인 근로 봉사 희생을 언급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하며 삶이 곧 예배가 되고 예배가 삶이 돼 세상에 감동을 주는 것이 가나안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시대에 상담 심리 교육 등의 영역을 강화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전의 중심에는 대안학교 GVS 설립 계획이 있다. 단기 교육의 한계를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가나안 정신을 체화한 글로벌 리더를 키워내겠다는 포부다. 김태영 GVS 설립준비위원장은 “GVS는 가나안의 근로 봉사 희생정신을 모든 커리큘럼에 투영시켜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성장하는 명품 학교가 될 것”이라며 “가나안이 가진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이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재로 자라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