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지만 성도의 정신적 돌봄을 위한 실질적 지원과 인식 개선 노력이 한국과 미국 교회 모두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국의 기독교여론조사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대표 지용근)와 라이프웨이리서치의 최근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목데연이 최근 발표한 ‘한국교회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성도 5명 중 1명 이상이 최근 2주 동안 ‘우울함을 느꼈다’(23%) 또는 ‘불안감을 경험했다’(22%)고 응답했다. ‘중독(알코올 도박 마약 등) 문제로 고통스러웠다’는 응답은 11%,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밝힌 성도도 7%에 달했다.
‘교회가 정신질환자를 적극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목회자(95%) 성도(84%) 모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정신건강 관련 정보를 찾아본 적 있다’는 응답은 목회자 65%, 성도 41%에 그쳤다.
안해용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은 6일 국민일보와 의 통화에서 “한국교회에서 ‘정신적 문제’는 귀신에 들리거나 믿음이 없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육체적 질병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기도 제목을 나누지만 정신질환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내 정신질환자를 위한 체계적 지원이 있는 교회는 10곳 중 1곳이 채 되지 않았다. ‘전문가 혹은 준전문가 인력을 갖추고 돌봄 체계(상담실 등)를 운영하고 있다’고 응답한 교회는 7%에 불과했다. 교회 10곳 중 6곳(61%)은 상담 관련 인력도, 돌봄 체계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안 사무총장은 “교회 안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지만 그 대상은 거의 외부인”이라며 “목회자든 평신도든 자신의 정신적 아픔을 공유하길 꺼린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중보기도 문화’ ‘교역자 간 보고 체계’로 인해 성도는 어렵게 꺼내 놓은 내밀한 고민이 공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며 “비밀 보장 등 교회가 상담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려고 고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황도 국내와 비슷했다. 라이프웨이리서치가 지난달 중순 공개한 조사 결과에서는 ‘교회 내 성도의 정신적 상담을 의뢰할 상담사 목록을 보유한 목회자’ 비율이 2015년 67%에서 2021년 60%, 2025년에는 52%로 하락했다. 평신도 상담 사역을 갖춘 교회도 2015년(34%)에 비해 7%포인트 감소해 2025년엔 27%로 떨어졌다. 목회자의 상담 콘퍼런스 참석률도 10년 새 64%에서 48%로, 상담 서적이나 기사 읽기 비율도 90%에서 81%로 줄었다. 스콧 매코넬 라이프웨이리서치 총괄디렉터는 “목회자들이 교회 안에 ‘솔직한 대화’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 ‘전문적 상담으로의 연결’을 준비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