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폐업자 첫 100만명 돌파… ‘내수 밀접’ 소매·음식점 타격

입력 2025-07-07 00:25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늘고 있다. 6일 서울 동대문구 평화상가 인근 동대문 일요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1000~2000원대의 저렴한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중 45%가 소매업·음식점업 관련 업종이었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에 관련 업종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6일 국세청 국세 통계를 보면 지난해 개인·법인을 포함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100만8282명으로 1년 전보다 2.16%(2만1795명) 증가했다. 연간 폐업자가 100만명을 넘은 것은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폐업자는 2019년(92만2159명) 이후 3년 연속 줄어 2022년 86만7292명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2023년 다시 98만6487명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했다.

폐업자는 내수와 밀접한 업종에서 많이 발생했다. 업종별로 지난해 소매업 폐업자는 29만9642명으로 전체의 29.7%를 차지했다. 음식점업 폐업자 비중도 15.2%로 나타났는데, 소매업과 음식점업을 더하면 전체의 44.9%다.

폐업하지 않고 계속 영업하는 사업자와 폐업자의 합 대비 폐업자의 비율을 의미하는 폐업률도 2년째 오름세다. 지난해 폐업률은 9.04%로 코로나19가 덮쳤던 2020년(9.3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업종별 폐업률도 소매업(16.78%)과 음식업(15.82%)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소매업 폐업률은 2013년(17.72%)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 부진’이 50만6198명으로 전체의 50.2%를 차지했다. 이 비중이 50%를 넘은 것은 금융 위기 직후였던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도 내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1분기 상품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 불변지수는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0.3% 감소했는데, 2022년 2분기(-0.2%) 이후 3년째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편성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도 단기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내수 부진은 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부진, 자영업 과잉 등 한국 경제가 처한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인구 감소로 구매력이 높은 젊은 층이 줄어드는 등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어 단기적 조치로는 내수 살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중·장년층 일자리 문제, 미래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먹거리 사업 육성 등 중장기적 대책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