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삶·비즈니스 중심축… 교만하지 않게 균형 잡아줘”

입력 2025-07-07 03:03
황병구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장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48세에 미국 땅을 밟은 중졸 농사꾼은 연매출 800만 달러(약 109억원)의 한인 사업가로 성장한 뒤 세계 한인 경제인을 연결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미국 내 5만명의 한인 기업가와 상공인을 대표하는 비영리 경제단체의 대표로서 한국 중소기업의 미국 수출을 돕기 위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미국 현지에서 처음 개최하는 등 결실도 보고 있다. 내년 인천 대회를 앞두고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와 협의차 방한한 황병구(71)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미주한상총연) 회장의 이야기다. 황 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K컬처 열풍과 한국 제품의 품질 경쟁력에 힘입어 중소기업에 큰 기회가 왔다”며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한국 기업의 국제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5월 미주한상총연 30대 총회장으로 재선출됐다. 28대 회장을 지낸 그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 경제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2023년 이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은 그는 처음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중기중앙회장을 명예대회장으로 세웠다. 600여개 기업이 참가해 6억5000만 달러(8876억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올해 4월 조지아주 애틀랜타 대회에선 8억 달러(1조924억원) 계약이 성사됐다. 황 회장은 “‘친목 단체에서 실질 단체로’라는 기조 아래 내부 개편과 회의 구조 개선에 나선 결과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미주한상총연은 내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의 한인 경제인을 초청하는 ‘한국중소기업상품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현재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1만평의 서양란(호접란) 농장을 운영하며 유통하고 있다. 경북 청송 출신인 그는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농사로 생계를 도왔다. 농촌진흥청을 통해 영농기술을 배우고 검정고시를 치르는 등 끊임없이 도전했고 새마을지도자, 마을금고 회계로도 일했다. 2001년엔 미국행을 결심했고 정부와 지역협동조합 지원을 끌어내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사업체를 세웠다.

황 회장은 “영어는 안 됐지만 몸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호접난의 공기정화 기능과 미국인의 꽃 소비 문화가 맞물려 사업은 빠르게 확장됐다. 그는 “파이프 등 자재 하나라도 국산을 썼다. 내가 할 수 있는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불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이민 중 한 장로의 삶에 감동해 교회에 나갔다. 2007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당시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다. 황 회장은 “지금 하는 일이 사명이라 여길 수 있는 건 하나님이 주신 마음 덕분”이라며 “신앙은 내 삶과 비즈니스의 중심축이다. 무너질 때는 붙들어주고, 잘될 때는 교만하지 않게 균형을 잡아준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