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기후 재앙 겪을 아이들 위해… 기독 교사 3인방 뭉쳤다

입력 2025-07-08 03:08
기독 교사 모임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도와 삶’에서 활동 중인 김유진 정진화 최지혜 교사가 지난 9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함께 미소짓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신석현 포토그래퍼

매년 역대급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 감염병 확산과 농작물 감소, 기후 난민 발생…. 모두 기후 위기로 발생하는 연쇄적 현상이다. 이들 위험으로 가득 찬 다음세대의 미래에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전국의 기독 교사가 뭉쳤다. 기후 위기 대응과 생태계 보전에 힘쓰는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도와 삶’(다기삶)의 탄생 배경이다.

올 초엔 기독교인의 환경 보호 실천을 돕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지구 돌봄 안내서’(템북)도 번역했다. 이 책 번역에 참여한 다기삶 소속 정진화(42·작동교회) 김유진(39·예향교회) 최지혜(32·나들목꿈꾸는교회)교사를 지난 9일 서울 관악구의 한 비건 카페에서 만났다. 각각 인천의 고등학교와 경기도 포천, 안양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이들은 “오랜만에 본다”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원래 알던 사이입니까.

정진화 교사=셋 다 기독 선교단체인 ㈔교사선교회(TEM) 소속이라 이전부터 서로 알고 지냈습니다.

김유진 교사=다기삶을 접한 곳도 TEM입니다. 2021년 예비교사수련회에서 정진화 선생님이 연 선택 특강을 듣고 단체 채팅방에 초대를 받아 지금껏 활동 중입니다.

-다기삶은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정 교사=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출범했습니다. 넘쳐나는 쓰레기와 이상 기후 등이 취약계층과 다음세대에게 피해를 준다는 걸 팬데믹 기간에 명확히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환경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타락한 세상의 문제인 기후 위기는 영적 위기’라고도 판단했고요.

-이름만 봐선 환경과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최지혜 교사=기도 모임으로 보는 분도 있습니다. 대부분 교회에서 다음세대를 언급할 땐 ‘신앙 전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지만 다음세대와 환경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봅니다. 다음세대와 환경을 위해 기도도 하지만 실천 위주로 활동합니다.”

-환경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정 교사=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컸습니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신앙의 문제고 내 자녀, 즉 다음세대의 삶과 직결된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김 교사=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습니다. 저희 셋의 공통점이 ‘두 딸 엄마’라는 건데요. 엄마 마음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가 이대로 괜찮을까 살피게 되면서 신앙적 관점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최 교사=저도 2019년 첫째를 낳고 환경에 관심이 더 커졌습니다. 이 아이가 내 나이가 됐을 때 마주할 세상에 관해 진지한 염려가 되더라고요. 천 기저귀로 아이를 키우는 등 나름 노력을 하다 2020년 여러 환경 다큐멘터리를 접하며 결심했습니다. ‘이젠 관심을 갖는 수준을 넘어 내 삶의 방식을 바꿔야겠다’고요.

-다기삶은 어떤 활동을 합니까.

정 교사=다기삶 구성원 모두가 ‘녹색 선교사’라 보면 됩니다. TEM과 교회, 학교에서 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다기삶 단체 채팅방에는 전국 교사 80여명이 속해 있는데요. 환경 관련 교육과정 등을 함께 구상하고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선 나눔 장터를, 학교에선 환경 관련 학부모 모임을 이끄는 분도 있습니다. 교회에선 성도와 환경 독서, 재활용 모임을 주도하고요. 교회학교서 환경 교육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번역은 활동 일부군요.

김 교사=네. 출판사에서 번역 제안을 받은 진화 선생님이 공동 번역자를 찾다 저희에게 연락을 줬는데요. ‘같이 공부하면서 해보자’는 제안에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각 장에 성경적 관점이 제시돼 있어 번역하면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최 교사=번역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습니다. “두려움이 아닌 단단한 신념을 바탕으로 행동을 바꾸세요. 신념은 하나님과 그분의 세상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기에 꾸준하고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일·육아·번역까지…1인 3역입니다.

정 교사=주중엔 오전 5시에, 주말엔 오전 6~7시에 줌으로 모여 번역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전화로 잠 깨워준 적도 꽤 됩니다.(웃음) 바쁜 일과에 지치기도 했지만, 함께 했기에 무사히 번역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든든한 ‘빽’이 돼 준 셈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든든한 보호자인 것처럼요.

-한국교회는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최 교사=최근 여러 기업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회가 우리 사회서 감당할 역할은 ‘기후 약자 돌봄’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선 혹서기 야외 노동자와 집에 냉방기구를 갖추지 못한 소외 계층을 기후 약자로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세대는 앞으로 매년 역대급 폭염일 것입니다. 기후 약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요. 교회가 기후 문제로 강도 맞은 이들의 ‘선한 사마리아인’이 돼줬으면 합니다.

정 교사=복음과 창조 신앙은 서로 연결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에서 환경 주일을 지키고 관련 설교를 하면 변화가 느리지만 분명히 생깁니다. 신학교가 환경 관련 수업을 개설하고 교단이 환경 주일을 제정하는 것도 대안이 되리라 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