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길목에서 기아 전기차 EV3가 제법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빈 주차 칸 앞에서 270도 회전하더니 단 한 번에 완벽하게 주차한다. 잠시 후 차체 밑에서 얇고 넓은 형태의 주차 로봇 한 쌍이 나온다. 주차 로봇은 피겨스케이팅 선수처럼 우아한 배경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다가 다시 다른 차량 아래로 들어간다. 잠시 뒤 타이어를 들어 올려 다른 곳으로 이동시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0월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올린 ‘로봇으로 EV3를 발렛파킹하다?’ 영상의 한 장면이다. 현대차그룹의 주차 로봇 기술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가미해 제작했다. 이 영상이 뒤늦게 주목받으며 6일 기준 58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사이언스 테크 엔지니어링 윌드’에 영상이 공유된 게 확산의 계기가 됐다. 이어 미국 ‘래핑 스퀴드’ ‘본 인 스페이스’, 호주 자동차 인플루언서 ‘슈퍼카 블론디’, 캐나다 인플루언서 ‘댓 에릭 알퍼’를 비롯해 브라질·세르비아·태국 등 글로벌 미디어 채널과 인플루언서가 주요 콘텐츠로 다루면서 전 세계에 확산했다.
영상에 등장한 주차 로봇은 부품 계열사 현대위아가 제작했다. 라이다 센서를 갖춰 차 아래에서 타이어의 크기와 위치를 인식해 들어 올릴 수 있다. 최고 초속 1.2m의 속도로 최대 2.2t의 차량까지 자동 주차가 가능하다. 이미 현대차그룹이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 등 공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미디어는 주차 로봇의 실제 영상을 함께 소개하며 AI가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서울 팩토리얼 성수에서 상용화된 주차 로봇 영상을 공개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각국 미디어와 SNS 사용자들은 주차 로봇 기술이 선사할 미래 주차 방식에 대한 기대와 함께 로봇 기술 발전에 대한 감탄과 호기심을 나타냈다”며 “AI 기술을 활용한 혁신 콘텐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