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감 아닌 기대감으로” 행복한 작은 교회가 모인 곳

입력 2025-07-07 03:27
진대훈 동암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강동구 교회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켜진 ‘웃는교회’ 간판 앞에서 웃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지하철 8호선 암사공원역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이 교회 벽면엔 귀여운 그림체로 적힌 ‘웃는 교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교회 주보 상단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웃음과 행복을 교회 핵심 구호와 목회철학으로 삼은 건 동암교회 3대 담임인 진대훈(51) 목사다. 그는 최근 교회 1층 카페 빛담에서 “성도님들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하면 없앨까 하는 것이 요즘 제 고민”이라며 웃었다.

22개 작은교회가 모인 연합교회

동암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으로 2012년부터 가정교회를 중시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초대 교회처럼 수많은 가정 공동체가 교회 안에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성도들은 목장이라고 불리는 가정교회에 속해 있다. 목장은 모두 후원 선교지 이름으로 불린다. 교회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엔 가오슝(대만), 니카라과, 잠발레스(필리핀) 등 22개 목장 소개와 목장 리더의 사진, 기도제목이 적힌 액자가 가지런히 걸렸다.

진 목사는 “2021년 10월 부임 당시 30개보다는 목장 수가 줄었다”면서 “이는 오랜 헌신으로 지친 목장 리더에게 쉼을 주기 위함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목장을 구성하고 리더를 맡아 이끄는 것은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

목장 식구들은 가족처럼 지낸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한 가정에 모여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낸다. 교회에 초대하고픈 이웃을 먼저 만나는 곳도 목장 모임이다. 진 목사는 “편안한 공간에서 먼저 사담을 나누고 친해진 뒤에 교회에 오시는 것이라 새신자분들도 부담을 덜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웃 간 소통이 줄어든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간 끈끈한 정을 느끼는 것도 가정교회의 장점이라고 진 목사는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가 공동체로 살아갈 때 행복하도록 지으셨어요. 목장에서 누군가 힘든 일을 겪으면 가만있질 않으세요. 함께 가니깐 쓰러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회복하는 가정도 많이 보았고요.”

“의무감이 아닌 기대감으로 사역”

성도 간 모임이 활발한 이 교회의 또 다른 장점은 자발적 사역 참여다. 이는 동암교회의 또 다른 목회 철학인 평신도를 사역자로 키우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미혼 성도가 모인 목장에서 지난달 28일 진행한 일본 후쿠오카 선교 바자회가 대표적이다. 목장이 직접 나서 기획은 물론 물품 마련, 먹거리, 행사까지 진행했다. 젊은 세대의 열심에 온 교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동참했다고 한다.

진 목사는 “젊은 세대는 특히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질 때 더 큰 에너지가 나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의무감이 아닌 기대감으로 사역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했다.

동암교회는 바쁜 일상 등으로 교회 이탈이 심한 3040세대에게 쉼을 주는 공간이 되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지난해 9월 치러낸 ‘어른이성경학교’는 어린 시절 교회 추억을 되살리며 행복한 경험을 선물했다. 진 목사는 “별 것 아닌 행사인 듯 보였지만 그 후 1년 남짓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재밌던 그 경험을 소개하며 교회에 이웃을 초대하기도 했고 3040세대들이 교회 안팎 모임이 활발해졌다”고 했다.

성도의 행복만큼이나 중요한 이 교회의 정신은 이웃을 성공시켜주는 섬김에 있다. 진 목사는 “그냥 섬기는 게 아니라 성공시켜주려고 진심으로 섬기려고 한다”며 “그래야 그들이 성장해 또 다른 이들을 섬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본당 리모델링 가장 늦은 이유

대형교회 교역자 출신인 진 목사는 과거 교회 건축이나 예산, 성도 수를 목회 성공의 척도로 삼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버리니 오히려 열등의식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부임 후 교회 곳곳에 필요한 리모델링을 한꺼번에 해치우듯 하지 않았다. 성도에게 더 필요한 부분을 고민해 천천히 해결했다.

지난해 1층 창고를 카페로 바꿨고 2층 유아부 초등부실을 먼저 수리했다. 2층에 있던 목양실 공간 일부도 양보했다. 올해 초엔 청소년 예배 공간을 콘서트홀처럼 바꿨고 배고픈 아이들이 들러 간식을 먹을 수 있는 라면카페도 새롭게 꾸몄다. 자모실을 포함한 본당 리모델링은 가장 마지막으로 미뤘다. 진 목사는 “과거의 저 같으면 본당과 음향 장비를 먼저 바꾸었을 텐데 그보다 교회에 더 필요한 다음세대의 공간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었다”고 했다.

다음세대를 향한 성도들의 마음도 섬세하고 따뜻했다. 모든 아이는 어른 성도와 일대일로 연결돼 1년 내내 ‘기도 서포트’를 받는다. 본당 장의자엔 어린 성도의 얼굴이 출력돼 기도제목과 함께 붙어 있다. 성탄절 무렵 어른들은 자신이 몰래 품고 기도한 아이에게 선물을 전하기도 한다.

진 목사는 “요즘 성도님들을 보면 사랑스러우면서도 애잔하고 감사하다”며 “모든 부서가 작지만 알차게 운영에 최선을 다해주시고, 목장의 리더는 웬만한 사역자 수준으로 헌신한다”고 했다. 이어 “성도님들이 힘들 때 찾고 싶은 목사가 되고 싶다”며 “대형교회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지만 우리의 분량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