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사러 왔다가 의약품 쇼핑”… ‘창고형 약국’ 뜨거운 인기

입력 2025-07-07 02:04
지난달 문을 연 창고형 약국이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방문객들이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 메가팩토리 약국에서 카트를 끌고 다니며 제품을 고르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6시30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의 메가팩토리 약국.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평일 저녁에도 매장 안은 ‘약 쇼핑’을 하러 나온 이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약 460㎡(140평) 규모로 지난달 11일 문을 연 국내 최초 창고형 약국이다. 감기약·소화제·두통약 같은 일반의약품, 각종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의약품까지 2500여개 품목이 효능별로 진열돼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입구에는 1+1 행사를 하는 비타민 박스가 쌓여 있다. 경옥고 할인 포스터도 이곳저곳에 붙어있었다. 치약과 피로회복제, 소화제 등 자주 쓰는 제품을 대용량으로 구매하는 쇼핑객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방문객들은 쇼핑카트를 끌며 약을 고르고, 약사들은 매대 사이를 돌며 복용법과 효능을 설명했다.

단골이라는 김승현(43)씨는 “기존 약국보다 3000원씩 싼 제품도 있어 자주 온다”며 “보기 쉽게 진열돼있어 천천히 골라볼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50대 신모씨도 “비타민을 사러 왔다가 소화제, 벌레 연고까지 사게 됐다. 쇼핑하듯 구경하다 보니 이것저것 담게 된다”고 말했다.

메가팩토리 약국은 ‘소비자 편의’와 ‘약국 공공성 훼손’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업계 안팎의 평가는 ‘새로운 실험’에 방점이 찍혔다. 미국의 월그린·CVS 등의 드러그스토어처럼 약과 잡화를 함께 판매하는 구조지만, 국내 약사법에 따라 약사가 개설한 정식 약국이다. 현행 제도 안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유통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소비자들은 선택권이 넓어지고 제품 가격이 저렴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약사들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부정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약사단체는 제도적·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내 “‘창고형’이라는 공산품 판매 방식을 약국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직업윤리와 정체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무분별한 할인판매는 의약품 유통 질서를 위협하며 오남용을 부추기고 신뢰를 저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주차관리요원 A씨는 “주차 공간은 30여대에 불과한데 주말엔 1000대 이상, 평일에도 800~1000대가 방문한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백대수(50)씨는 “차로 출퇴근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주차 문제로 다툼이 잦다”고 토로했다. 약국 측은 주변 건물과의 협의와 공영주차장 안내 등을 통해 해결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약국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소비자의 편의와 선택권을 높이는 게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적잖다. 메가팩토리 약국 관계자는 “예상보다 훨씬 큰 호응은 (기존에 약국을 이용하면서) 불편을 느낀 부분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그는 “약물 오남용은 약사들이 매장을 돌며 상담하고, 결제 단계에서 한 번 더 점검한다”며 “의약품뿐 아니라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동물약까지 폭넓게 상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성남=글·사진 신주은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