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러브버그

입력 2025-07-07 00:40

여름철 최대 불청객으로 떠오른 러브버그는 파리목 털파리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정식 이름은 붉은등우단털파리다. 암수가 꼬리를 맞댄 채 함께 날아다니는 특이한 모습 때문에 러브버그라는 별칭이 붙었다. 국내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은 해외 유입종이다. 2022년부터 서울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서 떼를 지어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남부 지역까지 퍼지고 있다. 독성이 없고 유충은 토양 내 유기물 분해에, 성충은 화분 매개에 기여해 익충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개체 수가 지나치게 많고,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최근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러브버그 방제 민원은 2022년 4418건, 2023년 5600건, 2024년 9296건으로 해마다 급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695건이 접수돼 역대 최다 민원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러브버그 퇴치법 영상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유튜버들은 너도나도 기이한 콘텐츠를 연일 만들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논란은 윤환 인천 계양구청장의 “국민들이 좀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발언이다. 지난 2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 발언은 러브버그 창궐로 받는 시민의 불편함을 일축하는 권위주의적 태도로 비판이 일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러브버그가 대량 출몰한 서울 은평구의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러브버그는 시민 일상의 불편”이라며 “스펀지밥 같은 캐릭터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이 제안한 ‘스펀지밥’ 캐릭터 아이디어를 직격한 것이다. 역시 대량 출몰 지역인 서울 도봉구의 김재섭 의원(국민의힘)은 일명 ‘러브버그 방제법’을 대표 발의했다. 특정 곤충이 익충으로 분류되더라도 방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로운 곤충이라 하더라도 대량 발생하면 해충으로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혐오스럽다는 여론이 많아, 일단 러브버그라는 별칭부터 바꾸는 것은 어떨까.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