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통합돌봄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입력 2025-07-07 00:34

새 돌봄 시스템 내년 전면 시행
초고령사회 위한 근본적 전환

중앙정부의 전략적 방향 제시
지자체의 실행 능력 배양 절실

병원에 의존하는고비용 체제
사람·관계 중심으로 나아가길

2026년 한국은 통합돌봄이라는 새로운 돌봄 시스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또다른 새로운 돌봄사업의 도입이나 개편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돌봄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이다. 더 이상 병원과 시설 중심의 고비용 돌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주거, 의료, 건강, 돌봄, 관계, 삶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지역 기반 사람 중심의 돌봄체계다. 핵심에 바로 ‘통합돌봄’이 있으며 성공은 중앙정부, 기초지방자치단체, 서비스 공급자, 시민 등 네 주체의 역할 전환과 협력에 달려 있다.

중앙정부는 돌봄체계 전환의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 간 불균형을 조정하며, 실행을 뒷받침하는 3중의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 첫째, 기본 설계자로서 통합돌봄의 철학, 핵심 구성 요소, 기술 인프라를 포함한 국가 표준 모델을 마련해 지역이 공통된 틀 속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격차 조정자로서 지역별 여건에 따른 차등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선도 지역에는 자율 고도화를, 초기 지역에는 견인형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전략적 지원자로서 지역통합돌봄기금 도입을 통한 재량재정 기반 확대, 중앙부처 유사 사업의 통합 활용을 위한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지역 실행 역량을 뒷받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규제 중심 평가에서 성과 기반 평가체계로 전환하고, 지역의 자율성과 창발성 발현을 지원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통합돌봄의 일선 실행자이자 지역 돌봄 생태계 조성자로 기능을 전환해야 한다. 첫째, 돌봄체계 설계자이자 실행자로서 공적 급여 서비스뿐 아니라 민간 돌봄, 공동체 돌봄, 자기 돌봄을 포괄하는 다층적 구조를 설계해 수요자 맞춤형 모델을 구현해야 한다. 둘째, 운영 허브로서 생활권역 단위마다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사례 관리, 서비스 연계, 민관 협력, 참여형 계획 수립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지역돌봄 생태계 조성자로서 돌봄 시설, 사회적경제, 의료·복지기관 등과의 민간 컨소시엄을 통해 자원을 연계하고 주민의 자기 돌봄을 촉진하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돌봄 서비스 인프라 조성자로서 의료, 주거, 급식, 이동 등 일상 밀착형 서비스 개발과 공급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자체는 주민 삶을 재구성하는 생활복지의 거점으로 전환돼야 하며 이를 위해 행정조직 개편, 전문인력 확충, 정보 시스템 구축, 주민 참여 기반 거버넌스 정비를 병행해야 한다.

서비스 공급자는 단순한 급여 제공자를 넘어 지역 돌봄 생태계의 핵심 주체로 진화해야 한다. 물론 공급자 중에는 공적급여 제공에 집중하는 기관도 있지만 사회서비스원, 사회복지관, 사회적경제 조직 등 지역 기반 기관은 지역 자원을 조직화하고 주민과 함께 호혜적 돌봄 활동을 기획·운영함으로써 다층적 돌봄체계를 구현하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돌봄 기술, 디지털 사례 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돌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돌봄산업으로 성장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주요 축이 될 수 있다.

수급자 역시 더 이상 수동적인 보호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의 공동 설계자이자 돌봄의 실행자로 전환돼야 한다. 전문가와 함께 서비스 계획을 공동 설계하고 스스로 자기 돌봄을 실천하는 구조는 돌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는 개인의 자율성과 회복력을 증진할 뿐 아니라 돌봄을 공공·민간·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과업으로 재정의하는 출발점이 된다.

통합돌봄은 한국 돌봄체계의 대전환을 이끄는 핵심축이다. 이는 단순한 제도 연계를 넘어 지역 여건에 맞춘 실험과 자생적 모델의 진화를 통해 완성되는 복합적 과업이다. 실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지역 단위에서 더욱 섬세하고 긴 호흡의 접근이 요구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준비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시작하고 실행 속에서 배우며 진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통합돌봄은 시행착오와 적응을 통해 지역 고유의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지역 간 이행 격차를 고려할 때 장기요양보험 등 기존 중앙 제도는 형평성과 안정성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 주체의 ‘역할 전환’이 이뤄질 때 ‘사람 중심, 관계 중심의 지속 가능한 돌봄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계기로 지자체가 통합돌봄 실현을 위한 건강한 관심과 정책적 상상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길 기대한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
사회복지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