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닷바람 가르며… 엔진 대신 중력만으로 ‘쌩쌩’

입력 2025-07-07 02:29
제주 애월읍 ‘9.81파크’의 무동력 트랙을 질주하는 GR(Gravity Racer) 차량 모습. 나란히 분리된 두 갈래 코스 위로 이용객들이 운전대를 살짝 놓은 채 속도를 만끽하고 있다. 모노리스 제공

초록 신호가 켜지자 레이싱 차량이 바닷바람을 가르며 언덕을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주행을 마친 방문객들은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기록과 영상을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엔진 대신 트랙의 경사와 지형만으로 최고 시속 60㎞를 즐기는 ‘레이스981’은 9.81파크의 대표 프로그램이자 제주 필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제주 애월읍에 문을 연 9.81파크는 이름 그대로 중력가속도(9.81m/s²)를 활용한 무동력 레이싱을 선보이는 국내 최초의 테마파크다. 자체 설계한 ‘GR(Gravity Racer)’ 차량은 헬멧 없이도 탈 수 있을 만큼 안전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은 25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방문한 9.81파크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중국·대만 등 아시아권은 물론 중동과 유럽에서 온 이들까지 삼삼오오 트랙 앞에 줄을 섰다. 1(초급), 2, 3, X(상급)까지 네 개로 설계된 트랙에는 ‘GR-E’ ‘GR-D’ ‘GR-X’ 세 가지 차량이 준비돼 있다. ‘GR-E’는 1인승, ‘GR-D’는 2인승, ‘GR-X’는 부스터를 장착해 최고 시속 60㎞의 박진감을 선사하는 상급자용이다.

출발 직후 차량에 내장된 위성항법시스템(GPS)과 사물인터넷(IoT) 센서는 0.1초 단위로 랩타임·최고 속도·횡가속도 데이터를 전용 앱에 전송한다. 방문객은 앱 화면에서 실시간 주행 분석 결과와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앱의 ‘배틀 모임’ 기능으로 동행과 기록을 겨루며 경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루 이용객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소수만 달성하는 ‘마스터 레이서’ 자격을 얻으면 마스터 전용 X코스와 부스터 장착 ‘GR-X’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재도전을 위해 다시 방문하는 이들도 많다.

레이싱이 끝난 뒤에는 차량이 자율주행 모드로 승차 플랫폼까지 복귀한다. 운전대 조작 없이 제주 해안과 애월읍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속도감 넘치는 레이스와 대비되는 이 구간은 여유로운 경치 감상 코스이다.

9.81파크를 운영하는 모노리스는 이밖에도 신개념 게임형 범퍼카 ‘링고’, 360도 회전그네 ‘하늘그네’, 인도어 레이저 서바이벌 ‘아레나’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어트랙션을 자체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뤄낸 긍정적인 성장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노리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ICT 기반 체험형 액티비티들을 추가해 다양한 콘텐츠가 가득한 테마파크로 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