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역사적인 날입니다.”
김우진(사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의미를 이같이 평가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한국 기업 경영진과 이사회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외형 확대 중심의 성장 전략을 취해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회가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기업 본연의 목표에 충실한 의사결정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2∼2023년 법무부 상법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낸 기업 지배구조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20년부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또 “창업주 일가 개인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나 계열사 간 합병 시 불공정한 합병 비율 산정 등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충돌하는 의사결정은 더 이상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목표는 기업가치 극대화이며 이는 시가총액과 주가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경영진의 목표가 (주가에) 드러나지 못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는 자사주 악용을 막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 상장사는 자사주를 지배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자사주는 회사가 사는 시점부터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관행이 확립돼야 한다”며 “매입 시점에 시가총액에서 빼야 한다.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상장사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아도 회계적으로 자본이 차감된 것으로 보고 시가총액에서 제외한다”며 “한국은 자사주 매매를 손익 거래로 보고 국세청이 세금을 매기는데, 세법을 먼저 개정해 손익 거래로 판단하는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빠진 데 대해 김 교수는 “한 번에 다 되면 좋겠지만 첫술에 배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는 일반주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입돼야 할 제도”라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에 반발하는 재계에 대해서는 “(상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장 폐지를 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 교수는 “상장회사는 영어로 하면 ‘퍼블릭 컴퍼니(public company)’이지 ‘프라이빗 컴퍼니(private company)’가 아니다”며 “상장은 거룩한 의사결정이고 동업자를 받아들여 회사의 이익을 나누겠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최대주주의 돈으로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간 뒤 비상장 회사가 된다면 아무도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