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차’는 옛말… 중국 전기차가 달라졌다

입력 2025-07-04 00:27
한때 ‘베끼기’와 ‘가성비’로만 평가받던 중국 자동차 디자인이 진보하고 있다. 정제된 외관과 고급스러운 실내로 무장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잇따라 합류하면서 경쟁력이 오르고 있다. ‘못생긴 차’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디자인 굴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바다 물결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BYD의 중형 세단 씰 외관. BYD 제공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BYD(비야디)는 올해 하반기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아토3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선보이는 모델이다. 출시 가격은 4690만원이고,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4000만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씰은 성능, 가격 외에도 디자인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BYD에 따르면 씰은 ‘바다에서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모티프로 삼아 유선형 실루엣과 유기적인 곡선을 강조했다. 낮은 전고와 넓은 차체, 루프라인의 흐름은 스포츠세단 특유의 감각을 따른다. 테슬라 모델3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와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를 시도한 흔적이 엿보인다. 실내는 대형 화면, 가죽 소재 등을 활용해 고급차 감성을 낸다.

이 같은 디자인 혁신의 중심엔 독일 아우디 출신의 디자이너 볼프강 에거가 있다. 볼프강 에거는 2017년 BYD에 합류해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가 기획한 씰, 돌핀, 샤크 등 ‘바다 시리즈’는 BYD의 대표 라인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의 신형 디 올 뉴 P7 외관이다. 샤오펑 제공

디자인 강화는 BYD만의 흐름이 아니다. 전기차업체 샤오펑은 지난해 6월 페라리·람보르기니·제네시스 유럽 디자인 수석 출신 후안마 로페즈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2018년엔 마세라티 출신 디자이너 라픽 페라그를 데려왔다. 올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신형 P7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을 적용해 ‘테슬라 대항마’로 주목받고 있다.

지리자동차도 2021년 벤틀리 디자인 총괄을 지낸 스테판 시엘라프를 영입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전략에 속도를 냈다. 볼보, 폴스타 등 유럽 브랜드를 보유한 만큼 유럽형 디자인 감성을 적극 반영 중이다. 전기차 브랜드 지커의 외관도 점차 유럽 시장을 겨냥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창안자동차는 2023년 폭스바겐그룹에서 골프, 티구안 등을 디자인한 클라우스 비숍을 글로벌 디자인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외신도 중국차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 5월 상하이 모터쇼를 소개하며 “엉성한 ‘짝퉁’ 자동차 생산업체로 여겨졌던 중국이 급성장해 글로벌 전기차산업의 선두에 섰다”고 평가했다. 미국 와이어드는 BYD의 신차 ‘덴자 Z9’을 소개하며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눈에 띄는 진전을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