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코스는 오거스타, 대회는 마스터스 꿈꾸는 군산 CC

입력 2025-07-05 00:25
그린 주변 적재적소에 수직벙커를 배치해 코스 난도가 대폭 상향된 군산CC 토너먼트 코스. KPGA 제공

처음엔 그저 그런 대회인 줄 알았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대회의 품격이 높아지는 걸 보면서 인식이 달라졌다. 16회째인 올해 대회에선 남자 골프도 채리티 방식으로 흥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명품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29일 옥태훈(27·금강주택)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KPGA투어 군산CC 오픈 얘기다. 이 대회는 군산CC가 주최한다. 군산CC는 국내 최대 규모인 총 81홀 코스를 갖췄다. 매년 다양한 종류의 아마추어와 프로 대회를 치른다. 2007년 개장 이후 이곳을 밟지 않은 프로 골퍼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많은 이들이 군산CC를 ‘한국 골프의 성지’로 부르는 이유다.

군산CC의 위상은 여기서 배출된 스타 플레이어들이 증명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 대회 우승을 지렛대 삼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해 통산 3승을 거둔 김주형(22·나이키), DP월드투어서 활약 중인 김민규(24·종근당), 아마추어 시절인 2023년에 이어 작년 대회까지 2연패에 성공한 뒤 지금은 LIV골프로 이적해 활동하고 있는 장유빈(23) 등이 모두 이 대회 출신이다.

대회가 이만큼 성장한 배경에는 군산CC의 과감한 투자와 오랜 노력이 있었다. 세계 최고로 꼽히는 오거스타 내셔널GC와 닮은 점이 많다.

지난 1년여 동안 기존 회원제 18홀 코스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페어웨이 잔디를 벤트 그래스에서 중지로 바꾸고, 해저드의 갈대와 수초를 제거해 시야를 넓혔다. 방치되다시피 했던 벙커도 재정비했다. 군산CC의 자랑인 곡선미를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그린 주변 곳곳에 직벽 벙커를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1번 홀 페어웨이 벙커가 압권이다. 독특한 벙커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캐봇 시트러스 팜스 카루 코스를 옮겨 놓은 듯하다.

그린은 적절하게 언듈레이션을 배치한 데다 평상시에도 3m의 빠른 스피드를 유지해 선수들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 군산CC 오픈 우승자인 옥태훈은 “코스가 어려움에도 나흘간 보기 2개에 버디 21개를 잡아 19언더파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관리 덕”이라며 “특히 퍼팅이 좋았는데 속임수가 전혀 없는 그린이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군산CC 오픈은 상금 확정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의 대회인 마스터스와 비슷하다. 작년부터 공동 스폰서 없이 단독으로 대회를 주최하는데 기본 총상금 7억원에 프로암 판매와 1∼3라운드의 갤러리 입장권, 식음료, 대회 기념품 판매 수입 등을 보태 최종 상금을 확정한다.

최종 라운드 수익금은 이듬해 총상금으로 이월된다. 올해 대회 총상금액은 역대 최고액인 10억484만3000원으로 확정됐다. 우승 상금도 2억96만8600원으로 작년보다 많아졌다.

군산CC 오픈의 총디렉터인 군산CC 김강호 부회장은 “우리나라 골프 대중화의 요람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토너먼트 코스는 우리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량 연마의 장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이어 “군산CC 오픈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올해 대회에서 가능성을 봤다. 내년에도 대회의 질적 향상을 꾀해 KPGA투어를 대표하는 대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