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공지능(AI) 딥시크가 가격 경쟁력과 준수한 성능을 앞세워 미국의 AI 독주를 흔들 ‘대항마’로 자리잡고 있지만, 보안 문제가 불거진 이후 개인 이용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해진 분위기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뛰어난 딥시크를 선택할 이유가 충분하지만, 개인 차원에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쓸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딥시크는 가장 큰 강점인 가격을 내세워 세계 AI 시장에서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내부에서 딥시크 모델을 시험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 기업 아람코 역시 자사 데이터 센터에 딥시크를 설치했다. 기업간거래(B2B)에서 딥시크 ‘R1’ 모델의 사용료는 AI 연산 단위인 100만 토큰 당 입력 0.55달러, 출력 2.19달러다. 딥시크가 R1과 성능이 유사하다고 주장한 오픈AI의 추론 모델 ‘o1’의 경우 100만 토큰 당 입력에 15달러, 출력에 60달러로 약 27배 비싸다. 이러한 가격 경쟁력은 칠레나 브라질처럼 아직 자본과 기술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의 고객에게 더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반면 개인 이용자들로부터는 갈수록 외면받는 모습이다. 챗GPT는 전 세계적으로 9억10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소비자용 AI 챗봇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딥시크의 다운로드 횟수는 1억2500만건에 그쳤다. 한국에서도 개인정보 처리 문제로 지난 2월 신규 다운로드가 중단됐다가 4월 말 재개됐지만 이용률이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의 집계를 보면 지난 5월 안드로이드 이용자 기준 딥시크를 신규 설치한 사람은 1만2000명에 그쳤다. 지난 2월 27만명을 기록했던 월 사용자 수도 5월에는 6만4000명으로 급감했다.
이는 개인 이용자들이 서비스 신뢰도와 보안 수준에 민감한 영향이 크다. 딥시크 신규 다운로드가 중단되기 직전인 지난 2월 13~14일 데이터 수집 플랫폼 픽플리가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기업의 AI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확성 및 신뢰성’(43.7%)과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정책’(30.9%)을 꼽았다. 개인정보 보호 기준이 엄격한 유럽에서도 딥시크 거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당국은 지난달 27일 이용자 데이터 보호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애플과 구글 앱스토어에서 딥시크를 퇴출하라고 통보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