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 차녀 아모레퍼시픽 입사 “경영 수업”

입력 2025-07-04 00:29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차녀 호정(30·사진)씨가 그룹 계열사 오설록에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장녀 민정(34)씨가 휴직 이후 장기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후계 구도가 재편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호정씨는 지난 1일 오설록 제품개발(PD)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첫 출근했다. 오설록 PD팀은 녹차 원료를 활용한 제품 기획, 마케팅, 브랜드 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부서다. 1995년생인 호정씨는 2018년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공개된 이력이 없었다. 업계에서는 호정씨의 이번 입사가 장녀 공백에 따른 후계 구도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은 2023년 5월 호정씨에게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 67만2000주와 우선주 172만8000주를 증여하며 후계 구도에 변화를 줬다. 호정씨는 증여세 납부를 위해 일부 주식을 매각한 후 현재 2.55%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민정씨의 지분율(2.75%)과는 0.2%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그동안은 호정씨가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민정씨가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민정씨는 91년생으로,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베인앤컴퍼니를 거쳐 2019년 아모레퍼시픽 뷰티영업전략팀에 입사했다. 2020년 보광창업투자 홍정환씨와의 결혼 후 8개월 만에 이혼한 뒤 2022년부터 럭셔리 브랜드 부서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후계 수업을 이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23년 7월부터 장기 휴직에 들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복귀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다.

호정씨가 몸담은 오설록은 79년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서성환 선대회장이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육성하기 위해 제주도 한라산 인근 황무지를 녹차밭으로 개간한 것이 사업의 시초다. 그룹 본업인 화장품 사업과는 거리가 있지만 건강, 웰니스 등 미래 산업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녹차를 활용한 스킨케어 제품, 푸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글로벌 티하우스 사업 등을 통해 5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2020년 아마존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이후 영국, 독일, 캐나다 등 해외에서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며 “호정씨는 본인 전공과 연관된 계열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으며, 팀원으로서 본인이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